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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마지막 경춘선 그 때 그 추억 남기고…복선전철 개통 따라 71년만에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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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마지막 경춘선 그 때 그 추억 남기고…복선전철 개통 따라 71년만에 역사 속으로

입력
2010.12.2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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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 열차는 청량리역을 출발해 성북-퇴계원-평내호평-마석-대성리-청평-가평-강촌을 거쳐 남춘천역까지 운행하는 열차입니다" 15일은 기온이 올 들어 가장 추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고 찬 바람에 한파주의보까지 내려 여행에는 부적당한 날씨였다.

더구나 평일 낮 시간이었지만 '춘천 가는 기차'에는 빈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기말고사를 마치고 강촌으로 엠티를 떠나는 대학생과 어린아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은 40~50대 중년, 특히 여성 승객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경춘선 노선이 없어진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난 후부터 마지막으로 열차를 한번 타보려는 승객들이 꾸준히 늘어난 탓이다. 올해 11월 경춘선을 이용한 승객은 34만명을 넘어 작년 11월의 26만여명보다 30%정도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12월에도 꾸준히 이어져 코레일은 마지막 3일간 임시열차까지 편성했다.

가평역에서 만난 김효영(67) 할머니는 손주에게 경춘선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아들 부부를 졸라 춘천에서 일부러 기차여행을 왔다. "빨라진다고 다 좋은가? 기차만 타도 가을이면 단풍구경, 봄이면 꽃구경이 참 좋았는데….

비둘기호라도 가끔 다녔으면 좋겠어" 김유정역 부근에 사는 이옥순(68) 할머니도 볼일도 없는데 청량리역까지 다녀왔다. "경동시장가서 생선 몇 마리 샀어. 이제 청량리역까지 안 가잖아. 그래서 영감하고 기차 한번 타고 왔지" 바로 집 앞에 더 빠른 전철이 더 자주 다니게 됐지만 할머니는 청량리까지 한번에 못 가는 게 못내 서운한 듯했다.

서울지하철 7호선 상봉역에서 춘천역을 잇는 복선전철 개통으로 춘천 시민들은 수도권으로 출퇴근이 쉬워졌지만 경춘선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수도권 주민들은 오히려 아쉬움이 큰 듯했다. 20일 오후 서울의 유일한 간이역인 화랑대역에선 '경춘선 마지막 열차'를 보내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자주 탔죠. 울적할 때마다 기차를 타고 강촌까지 갔다 오면 기분이 다 풀어져요" "오늘따라 유난히 기찻길이 정겨워 보여요""기차와 전철은 우선 느낌이 다르잖아요. 기차를 타야 여행이지" "기차가 없는 역이 된다니 실감이 안 나요. 카페에 오는 기분으로 자주 왔었는데" 행사에 참석한 인근 공릉동과 신내동 주민들은 저마다 경춘선 폐지에 대한 아쉬움을 쏟아냈다.

2010년 12월 20일 오후 10시03분 청량리발 남춘천행 열차를 마지막으로 경춘선 열차는 7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낭만열차 엠티열차 이별열차 입영열차,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 가슴에 새겨져 있을 추억 하나, 기억 한줌도 기적소리처럼 아련히 멀어져 갔다.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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