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캡슐 '불사조'에 올라 지하 622m 아래 갱도를 빠져 나왔던 칠레 산호세 광산의 광부 33명은 2010년 지구촌에서 상영된 그 어떤 드라마의 주인공보다 큰 감동을 세계인에게 안겨줬다. 8월 5일 갑작스럽게 무너져 내린 갱도 아래에서 생존 소식을 전하기까지 17일 동안 극도의 고통을 팀워크로 이겨내며 버텼던 그들 33인은 칠레정부의 끈기 있는 구조작업 끝에 매몰 69일 째인 10월 13일 마침내 세상의 빛으로 돌아왔다. 미 CNN 등 세계 주요 방송사들은 첫 구조자인 플로렌시오 아발로스부터 마지막 구조자 루이스 우르수아에 이르기까지 22시간 30분 동안의 극적인 생환 장면을 생중계했다. 죽음에서 벗어난 광부들은 영웅으로 돌아왔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끝난 지 70여일. 33인이 갱도에 갇혔던 만큼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광부들은 아직 뉴스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비록 수백명의 취재진이 병원 앞에서 진을 친 채 숨겨진 이야기를 들으려던 구조 당시에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언론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한다.
갱도를 탈출한 이후 광부들의 하루하루는 영웅에 걸맞은 이야기 거리로 풍성했다. 10월 말 건강을 회복한 광부들은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의 초청을 받고 대통령궁을 찾았다. 이들은 기념행사 직후 일제히 '33'이 배번으로 찍힌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축구장으로 달려갔다. 피녜라 대통령 등 정부 인사들과 벌인 축구경기는 생환 직후 대통령과 광부들 간 맺은 약속 때문이었다. 갱도 안에서 매일 달리기 연습을 하며 체력을 유지했던 에디슨 페나는 11월 초 뉴욕마라톤에 출전해 완주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지난 11일엔 33명 모두 영국을 방문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의 축구경기를 관람했다.
19일 브라질 언론은 칠레 광부들이 자신들의 생환기를 다룰 책과 영화 등 저작물에 관한 권리 보호를 위해 주식회사를 설립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배우 브래드 피트 등 할리우드 자본으로부터 영화 제작 제의를 받은 이들의 향후 활동이 기대되는 뉴스다. "모두 광산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장담했던 33명 광부의 스토리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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