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채권단은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현대그룹 경영권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고 밝혔다.
채권단 주주협의회는 20일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등 8개 채권기관(현대증권 제외)부터 서면 투표를 받을 결과, 현대그룹과 맺은 양해각서(MOU)를 해지하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도 박탈키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사실상 무산됐다.
채권단은 또 현대차 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할 지 여부를 향후 주주협의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요 채권단이 이를 지지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채권단과 현대차그룹 간에 매각협상이 공식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과 딜을 종료키로 한 이상 매각작업을 더 늦출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조만간 현대차그룹과 매각협상에 들어 갈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그룹은 이날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의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의 인수대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측은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을 특수목적법인(SPC)으로 활용, 이를 통해 해외투자자들이 인수합병(M&A)에 참여하는 형식을 밟을 것"이라면서 ”증자를 통해 자금이 확보되면 1조2,000억원 대출금 논란이나 ‘승자의 저주’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채권단은 현대그룹측의 이 같은 계획에도 불구, 더 이상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을 골자로 하는 채권단의 결정에 승복할 경우 ▦현대그룹이 낸 2,755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돌려주고, ▦특히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8.30%)을 현대그룹에 보장해주는 방안을 중재하겠다고 밝혔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현대차가 인수할 경우 현대상선 뿐 아니라 그룹 경영권 전체가 현대차쪽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현대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하더라도 현대그룹과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은 보장될 수 있도록 채권단 운영위원회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결정은 법과 MOU 및 입찰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다”며 “사법부의 공명정대한 판단으로 현대그룹의 배타적 우선협상자의 지위가 재차 확인되길 희망한다”고 밝혀 법적 소송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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