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이 북한의 별다른 군사적 대응 없이 종료됐지만 한반도 안보 위기가 해소됐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북한은 추가 도발을 공언한 상태다. 또 북한은 핵 카드를 들고 6자회담을 거쳐 미국과의 직접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고 싶어 하지만 한국과 미국 양국이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북한이 추가 도발을 통해 미국의 관심 끌기에 나설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주권 차원의 방어 훈련, 통상적 사격훈련”이라며 이번 사격 훈련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육해공 대비 태세를 완비하고 주한미군까지 훈련 과정에 동참시킴으로써 북한이 무모한 대응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그대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중국, 러시아의 자제 권고도 있는데다 6자회담 재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북한은 잠시 도발을 보류했겠지만 자기 뜻대로 안 되면 도발에 나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남측과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게 김정은 후계세습 등을 위해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재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많았다. 김영수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김정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추대일(12월24일), 북한 후계자 김정은 생일(1월8일) 등을 앞두고 있어 북한으로선 승전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우리 군이 훈련한 수역이 북방한계선(NLL) 이남이지만 북한이 주장하는 북측 수역이기 때문에 북측의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라고 말해 추가 도발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떤 도발 카드를 쓸 수 있을까. 김용현 교수는 “NLL 이남에 단거리 미사일이나 해안포 사격을 할 수도 있고, 3차 핵실험이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대북 심리전 확성기 운용 시점에 맞춰 조준사격을 가할 수도 있고, 동부전선이나 동해안 등 예상치 못한 지역에서 도발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빙 무드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관건은 미국과 중국의 태도다. 양무진 교수는 “미국은 당분간 6자회담 대화 재개 문제를 놓고 중국과 탐색전을 벌일 것”이라며 “2012년 재선을 위해 외교 성과가 필요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년 1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화와 대결 중 어느 쪽이든 길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흥규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는 “중국은 북한이 곤란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당분간 (북한을 편드는) 보수적 정책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연평도 사격훈련으로 어느 정도 원칙을 지켰고, 북한은 영변 국제원자력기구 사찰관 복귀라는 비핵화의 상징적 행동을 보이고 있다”며 “한미일 대 북중러가 대립하는 신냉전구도 이면에서 해빙 무드와 북핵 해결 노력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점을 잘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용현 교수는 “당분간 미국이 한국과 보조를 맞추겠지만 우라늄 농축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해 미국이 대화로 전환할 수도 있는 만큼 한국이 안보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날 필요도 있다”고 주문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