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임기를 마친 윤용로 기업은행장이 20일 뜻 깊은 이임식을 가졌다.
이날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는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 등 회장단이 참석, 윤 행장에게 감사패를 전했다.
중소기업들에게 은행 문턱은 언제나 높기 마련. ‘비올 때 우산을 주기 보다는 있던 우산도 빼앗는다’는 불평이 끊이질 않는 게 우리나라 은행과 중소기업 관계의 현주소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 대표가 떠나는 은행장을 찾아와 직접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 회장은 이날 이임식에서 “윤 행장은 중소기업들에게 언제나 믿음직한 진정한 벗이자 우산이었다”면서 “동반성장의 모범을 보여준 윤 행장에게 300만 중소기업인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행장은 재임 시절,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늘림으로써 목마른 중기인들에게 ‘단비’를 내려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시중은행들이 부실공포에 휩싸여 중소기업 여신을 대폭 축소했음에도 불구, 기업은행은 오히려 대출을 확대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위기 당시 중소기업 대출증가분의 3분의2(66.5%)를 기업은행이 도맡았다”고 말했다.
윤 행장도 재임 중 그 때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2008년 4분기부터 중소기업 부도와 연체가 늘어났다”면서 “부실우려가 컸지만 그래도 기업은행 마저 중소기업을 외면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결국 정부와 국회의 도움을 받아 1조3,000억원의 증자로 대출재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중소기업 대출정책은 은행의 외형과 내실을 함께 키우는 계기가 됐다. 윤 행장은 재임 중 은행자산을 47조원(124조→171조원)이나 늘렸으며, 개인 고객도 200만명 이상 증가해 고객수 1,000만명 시대를 눈 앞에 두게 됐다. 규모 뿐 아니라 내실도 튼튼해져 올해 들어선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만 1조482억원을 기록, 대형 시중은행을 제치고 2위에 올라 있다.
윤 행장은 이임사에서 지난 3년간 이룬 경영성과의 공(功)을 직원들에게 돌리며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집 지붕 위에 있는 까마귀까지도 좋아한다는 옥오지애(屋烏之愛)의 심정으로 기업은행의 모든 것을 사랑하겠다”고 말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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