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예금을 제외한 은행 외화부채에 은행세(거시건전성부담금)를 부과하기로 했다. 정식 명칭이 '거시건전성부담금'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급격한 자본 유출ㆍ입에 따른 외환시장의 혼란과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달러 문턱'이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선물환 규제 강화와 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에 이어 국내 외환시장의 안정을 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수단을 갖추는 셈이다.
은행세 도입은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큰 우리에겐 절실한 과제였다. 우리는 이미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과도한 외화 차입의 위험성을 절감한 바 있다. 핫머니 등 국제 투기자본이 단기간에 빠져나갈 경우 펀더멘털(경제기초체력)과는 무관하게 경제가 출렁이는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이 은행세를 도입했고,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도 각국 실정에 맞게 도입하기로 했던 만큼, 과도한 자본 유출ㆍ입을 제어하는 국제 흐름에도 부합한다.
하지만 은행세 정착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은행의 외화표시채권 등에 부담금을 매기면 달러 유입이 줄어들어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외국인 채권투자가 축소돼 간접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 우려와 연평도 해상사격훈련 재개에 따른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맞물려 단기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도 있다. 단기외채 비중이 높은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들의 반발도 우려된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세의 실효성 확보 여부다. 정부는 이해관계인의 의견 등을 수렴해 내년 초 은행세의 요율 기준을 정할 계획인데, 부과요율이 가장 높은 단기외채를 0.2%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정도 부담금으로 고위험-고수익을 감수하는 투기성 자본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걱정되는 여러 가지 사항을 면밀히 점검해 외국의 투기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을 교란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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