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왜 또 빈 의자인가… 금융권 인사가 이상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왜 또 빈 의자인가… 금융권 인사가 이상해

입력
2010.12.20 12:15
0 0

# 20일 윤용로 기업은행장이 퇴임했지만 후임은 임명되지 않았다. 왜 임명을 하지 않는지 설명도 없고, 언제 임명한다는 얘기도 없다. 윤 행장이 갑자기 물러난 것도 아니고 임기를 다 채운 것인데, 그렇다면 후임 선출은 이미 예정된 스케줄인데, 제청권을 가진 금융위원회는 “아직 제청 준비 중”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공모나 행장후보 추천위원회 구성 등 금융공기업 수장인사 때 보통 밟는 절차도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7명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한자리가 계속 비어 있다. 지난 4월 전임자인 박봉흠 씨가 물러난 뒤, 벌째 8개월째 공석이다. 역시 왜 임명을 하지 않는지, 대체 언제까지 비워둘 건지, 감감 무소식이다. 추천기관에서 절차를 진행 중이란 얘기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 때문에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정례회의는 매번 6인 멤버로 진행되고 있다.

금융권 인사가 ‘준(準)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기업은행장이나 금통위원 처럼 뚜렷한 이유 없이 후임을 임명하지 않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원칙과 기준이 인사 때마다 수시로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인사 때마다 뒷말이 무성해지고, 인사공백에 따른 후유증도 적지 않다.

기업은행의 경우 차기 행장 하마평에 ▦내부출신으론 조준희 수석부행장 ▦외부인사로는 김용환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오래 전부터 거론됐다. 하지만 후임인선이 늦어지자 “차기 구도에 변화가 온 것 아니냐” “개각과 맞물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내년 1월쯤 경제팀 교체가 이뤄질 경우, 그 면면에 따라 기업은행장 인선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를 보는 은행권 시각은 곱지 않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장이 개각이나 후속인사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는 아니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금통위원 역시 개각결과와 맞물려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처음엔 ‘국제감각을 지닌 인사를 임명할 것’이란 막연한 얘기라도 들렸지만, 이젠 후임하마평마저 실종된 상태. 일각에선 “아예 계속 공석으로 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임명이 되더라도 인선과정 자체가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란 비판이 나온다. 예컨대 인사의 공신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행장ㆍ사장추천위원회 제도가 이번 기업은행장 인선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같은 금융공기업이라도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 사장은 공모와 후보추천위를 거쳤지만, 기업은행장은 이런 절차 없이 후임을 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수출입은행은 2008년 진동수 현 금융위원장이 은행장으로 선임될 당시에는 공모절차를 밟더니, 지난해 김동수 현 행장은 이런 과정 없이 바로 임명됐다. 서울보증보험은 두 번이나 공모를 진행했고 많은 인사들이 몰렸지만,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CEO선임 자체를 중단하기도 했다.

금융계 인사들은 현 정부의 인사스타일에 근본적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이유가 무엇이든 뚜렷한 설명도 없이 금통위원 자리를 8개월째 비워두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요즘은 민간은행조차 CEO 리스크에 민감한데, 법이 정한 임명권조차 제 때 행사하지 않는 것은 예전 ‘낙하산 인사’와는 또 다른 형태의 지배구조 리스크를 정부 스스로 자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