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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개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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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개싸움

입력
2010.12.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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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개에게 뼈다귀 던져

뭇 개들 사납게 저리 다투나.

작은 놈 꼭 죽겠고 큰 놈도 다치리니

도둑은 엿보아 그 틈을 타려 하네.

주인은 무릎 안고 한밤중에 흐느끼니

비에 담도 무너져서 온갖 근심 모여드네.

● 석주 권필(1569~1612)은 ‘남은 송곳 꽂을 땅도 없다 하지만/ 나는야 애시당초 송곳도 없네’라고 시를 쓰며 청빈하게 살았다. ‘온 천지를 내 집 삼고/ 만물을 양식 삼아/ 별들을 패옥 삼고/ 구름 달을 치마 삼아’라고 노래할 정도로 그의 시는 호방하다. ‘그 나머지 요순ㆍ우탕ㆍ문무ㆍ주공 따위는/ 잗달아서 마음에 둘 것이 없네’라는 시구절은 또 어떠한가.

올곧은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불의를 보면 못 참고 사회성 짙은 풍자시를 썼다. 결국 그는 광해군의 어지러운 정치를 풍자한 시를 썼다가 노여움을 사, 가혹한 고문을 받고 귀양길에 오른 다음날 죽었다.

석주 권필을 일러 “수천 수만을 헤아리는 우리 한시인 중에 마땅히 첫 손에 꼽힐 우뚝한 존재”라고 을 번역한 한양대 정민 교수는 말한다.

권필의 ‘개싸움’이란 시가 풍자시로 읽히지 않을 세상은 언제 도래할까. 작금의 상황으로 미뤄봐서는 아직 요원한 듯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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