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고조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소집됐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끝났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을 축으로 한 한국 지지와, 중국 러시아가 중심이 된 북한 지지 의견이 접점 없이 대립한 결과였다. 무엇보다 북한 감싸기로 일관해온 중국의 고집으로 국제적 상식에 기초한 합리적인 합의가 도출되지 못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번 안보리 긴급회의는 중국과 함께 우리 군의 서해 사격훈련 재개 중단을 촉구해온 러시아의 주도로 소집됐다. 연평도 포격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지지했던 러시아의 태도 돌변이 당혹스럽다. 러시아가 마련한 성명서 합의 초안은 다분히 우리 군의 서해 사격훈련 재개와 한미 군사훈련을 겨냥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미국 등 우리의 우방국들이 여기에 제동을 걸고 최근 한반도 긴장 고조의 직접적 원인인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한 비난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한 것은 당연했다.
합의는 없었지만,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결과가 우리 정부에 손해만은 아닐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반영된 성명서 채택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8시간이 넘는 논의 과정에서 대다수 이사국들이 북한의 연평도 도발 비난에 동참한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엔안보리 내에서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뿌리 깊은 갈등구조가 재확인된 것은 큰 부담이다. 유엔 안보리 주도로 북한 도발을 억제하고 핵을 폐기토록 노력하는 게 더 힘들게 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합의 무산이 한반도에서 한ㆍ미ㆍ일 대 북ㆍ중ㆍ러의 대결구도가 재연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군사도발과 핵무기 개발은 국제사회가 공동 대처해야 할 사안이다. 냉전시대와 같은 대결구도에서는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 미국과 일본 등 우방국과의 공조를 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ㆍ미ㆍ일 대 북ㆍ중ㆍ러 대결구도가 고착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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