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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충무로 알짜 조연으로 우뚝 선 류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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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충무로 알짜 조연으로 우뚝 선 류현경

입력
2010.12.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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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서울 지하철 곳곳에 그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1996년 SBS 드라마 ‘곰탕’에서 김혜수 아역으로 데뷔했으니 배우생활만도 벌써 만 14년. 그래도 그의 얼굴과 이름을 일치시키지 못하는 관객이 많다. 스타도, 무명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놓인 배우 류현경(27)은 올해 충무로에서 가장 빛나는 조연 중 한 명이다.

관객수로만 볼 때 성공적인 한 해였다. 춘향을 연적으로 생각하는 향단 역할을 맡은 ‘방자전’은 301만 관객(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찾았고, 한 남자의 사랑 고백을 받는 여인 역을 연기한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271만 관객을 모았다. 내숭덩어리 커리어우먼 역의 ‘쩨쩨한 로맨스’도 19일까지 163만명이 관람했다. 비록 조연이지만 735만명 가량이 그의 연기를 지켜본 셈이다.

류현경의 연기는 그의 얼굴을 닮았다. 평범한 듯하면서도 간단치 않은 미모처럼 그의 연기는 세 편의 영화에 은근히 힘을 보탠다. 과장되지 않으면서 제 몫을 다하는 연기. 조연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다.

조연 자리에만 머물러온 듯하지만 그는 주연도 몇 차례 경험했다. 지난해 개봉한 ‘물 좀 주소’에선 억척스러운 미혼모 역할로 극의 중심을 잡으며 눈길을 끌었다. 욕심이 많을 20대이니 주연을 더 탐낼 만도 한데 그는 “꼭 주연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대신 “연기를 평생 하고 싶다”고 밝혔다.

“어렸을 때는 빨리 주연배우 많이 하고 일찌감치 연기를 그만두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신기전’에 출연했을 때 김유진 감독님과 (정)재영 오빠를 보며 마음이 달라졌어요. 두 사람의 영화에 대한 열정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평생 연기하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까, 1년간 고민했어요. 어떤 작품에서든 꼭 쓸모 있는 배우가 되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주연 욕심 냈다면 저 이렇게 영화 많이 못했을 거예요. ‘신기전’은 제 데뷔작이나 마찬가지예요.”

마음을 바꿔먹으니 생활이 달라졌다. 류현경은 “예전엔 억지로 연기를 하는 제가 싫었는데 이젠 촬영장 가는 일이 즐거워졌다”고 했다. “평생 연기하며 평생 영화를 가까이 할 수 있는 게 꿈이라면 꿈인 듯하다”고도 말했다. “가장 어려우면서도 힘든 꿈일 수 있겠지만 저를 (감독들이) 잘 이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잘 이용당할 테니까요.”

그의 별명은 여배우답지 않게 유기견. “‘아무하고나 친해지고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엄)태웅 오빠가 지어준 것”이라고 한다. “친자매나 다름없는 (최)강희 언니가 ‘별로 가진 것도 없고, 잘 난 것도 없는데 늘 떳떳하다. 비호감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귀엽기도 하다’며 저랑 딱 맞는 별명이라 하더군요. 제가 생각해도 어울려요. 평소엔 후줄근하게 입고 돌아다니니까.”

그는 “혼자 움직일 때는 지하철이 편하다. 난 ‘3호선의 여인’”이라고 말했다. “지하철에서 많은 사람들이 날 보며 ‘긴가 민가’ 하신다”고도 했다. 다른 배우들이라면 조금은 마음에 상처를 입을 만도 한데 그는 “아이돌 가수나 원빈급 배우는 되어야 사람들이 몰려들지 않느냐”고 당당하게 반문했다. 진지하면서도 엉뚱한 이 배우, 다음 연기가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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