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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책'의 작은 소통… 시청자들" 신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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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책'의 작은 소통… 시청자들" 신선해"

입력
2010.12.2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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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집에 갔더니 책으로 가득 찬 엄청 큰 서재가 있다. 그 서재를 보는 순간 그 사람은 이 책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꼈을까 궁금해진다. 그래서 그 사람이 보는 책을 산다. 그 사람 마음 속이 궁금해서, 내가 놓친 그 사람의 진심이 뭐였을지 찾아질지도 모르니까.

SBS 주말드라마 '시크릿가든'의 길라임(하지원)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를 산 이유다. 현실 속 시청자들도 책을 산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을 이해하고, 감정을 이입하기 위해서.

이 드라마에 등장한 책은 주인공 길라임과 김주원(현빈)이 동시에 읽고 있는 책이자 드라마의 주제를 암시하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를 비롯해 소설과 시집, 사회학 도서 등 총 10권이 넘는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는 '드라마 시크릿가든 속 책'이라는 별도의 키워드로 분류해 이들 책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며, 인터넷 교보문고,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에서도 '김주원의 서재'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드라마에 나온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등의 시집을 낸 문학과지성사 관계자는 "방송에 시집이 나온 지 2주 만에 각각 5,000~5,500부를 증쇄했다. 1,000부 가량의 초판 부수가 순수하게 소비되는 데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시 문학 시장의 분위기에 비춰보면 놀라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재 협찬을 한 민음사 관계자도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는 1만 부 이상, 소설 <동화처럼> 이나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 등은 2,000부 이상 주문이 들어왔다"고 했다.

드라마를 통해서 책이 호황을 누린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방송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현빈이 연기한 진헌이 삼순(김선아)을 이해하기 위해 읽었던 책 <모모> 도 큰 인기를 모았다. 이미 국내에서 30만부 이상이 팔렸던 책인데, 방송 이후에 100만부가 넘게 팔렸다. 올해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복선의 기능을 한 그림 '마지막 휴양지'를 담고 있는 동명의 그림동화책도 방송의 영향으로 인기를 얻은 적이 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을 계기로 책 홍보 가능성에 눈뜬 출판계는 한동안 PPL(간접광고)이나 협찬 등을 통해 방송에 책을 노출시키는 전략을 썼다. 하지만 대부분은 실패했다. 단순히 드라마에 노출된다고 시청자들이 책을 사 보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시크릿가든'에서 책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다. 주원은 부유한 자신과는 전혀 다른,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나올 법한 집에 월세 사는" 라임을 이해하기 위해 장 지글러가 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를 읽는다. 또 책 제목을 엮어 두 주인공의 감정 상태가 표현되기도 하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 / 가슴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 /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 너는 잘못 날아왔다'(주원)거나'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동화처럼 /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 / 나쁜 소년이 서 있다 /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 /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라임)는 식이다.

시청자들은 PPL을 통해 노출되는, 드라마 문맥과 상관없이 등장해 몰입을 방해하는 라면(MBC '즐거운 나의 집')이나 자동차(KBS '도망자 Plan.B')에 열광하지는 않는다.

작품에 절묘하게 녹아있는, 캐릭터와 교감의 끈을 제공하는 소재에 시청자들은 매료되는 것이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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