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세계의 언론들은 하루 종일 한반도 사태만 주시한 듯했다. 외신들은 서울에서 시시각각 속보를 타전했고, 외국 언론들의 인터넷 사이트는 온통 한국 관련 기사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AP, AFP, 로이터, DPA, 교도, 신화 등 통신사들은 수시로 한국군의 연평도 해상사격훈련 관련 뉴스를 어전트(Urgent: 긴급뉴스)로 송고했다. 속보 경쟁까지 가열되면서, 로이터는 연평도 사격훈련이 개시되기 전인 오후 2시4분 ‘현지에서 포성이 들렸다’는 긴급기사를 내보내 잠시 혼선을 빚기도 했다. 멀리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선 일요일인 19일(현지시간)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취재하려는 외신들이 대거 몰려, 상황을 주시했다.
이들의 기사를 모아놓은 구글의 뉴스 홈페이지에도 이날 하루 내내 한반도 기사가 톱 기사로 올라왔다. 톱 기사 제목은 ‘한국군 안개로 훈련 연기’ ‘연평도 주민 대피령’‘해상사격훈련 임박’‘훈련 실시’ 등으로 바뀌어 갔다. 한국군의 사격훈련이 개시된 지 2시간 만에 구글의 한국 관련기사는 1,000여개가 늘어나 4,200여개에 달했다. CNN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한국 관련 기사가 6꼭지나 등장했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BBC 등 유력 언론들도 주요 기사로 한국상황을 전달했다. 이들은 기사에서 한반도에서 만일의 사태가 실제로 일어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전문가들의 예상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은 수시로 상황이 변하자 이례적으로 AP통신 등의 기사를 그대로 게재하기까지 했다. 한국과 시간대가 거의 같은 관영 신화통신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들은 특히 이날 새벽부터 긴급보도를 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세계 언론들의 한반도 사태 보도경쟁은 오후 2시30분 한국군의 훈련개시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남북한 긴장수위가 가장 높은 순간이기도 했다. AP는 “11월23일 북한 포격 이래 긴장 수위를 최고로 끌어올렸다”고 전했고, 신화통신은 “14시30분 훈련이 시작됐으며,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긴급뉴스를 내보냈다. 외국 언론들은 이날 상황이 지난달 말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판단한 듯했다. 그래선지 CNN을 비롯한 대다수 외신기자들이 연평도가 아닌 서울에서 뉴스를 보도했다. 일본 언론의 한 서울특파원은 “본사에서 연평도에 들어가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매우 위험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외국 언론들의 한반도 보도는 대체로 상황을 전달하는데 치중했다. 한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에 대해서도 특별한 평가나 분석 없이 한반도 움직임을 거의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다. 서울의 다른 외신기자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 시시비비를 가리는 평가 기사를 쓰는 게 한가롭게 여겨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 증시가 속락한 이유로 한반도 리스크를 거론하고, 이 같은 사태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 발언을 전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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