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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사격훈련/ '쾅쾅' 포성에 지난 악몽 떠오른 듯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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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사격훈련/ '쾅쾅' 포성에 지난 악몽 떠오른 듯 불안

입력
2010.12.2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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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사격훈련이 실시될 예정입니다. 주민들은 안내에 따라 신속하게 가까운 대피소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

20일 오전9시8분께 인천 옹진군 연평면사무소의 대피 안내방송이 짙은 연무에 휩싸인 섬의 적막을 깼다. 군 당국의 해상사격훈련이 재개된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지난달 23일 북한의 포격 도발 당시 악몽을 떠올리며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공포에 떨었다.

대피방송 이후 군과 면사무소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잔류 주민 102명과 취재진 등 290여 명은 대피소 13곳으로 황급히 몸을 피했다. 옹진농협 연평지소 앞 대피소에 있던 주민 일부는 군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다른 대피소로 이동하기도 했다. 지난번 포격 때 주요 관공서 인근에 포탄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학습효과다. 박종길(57)씨는 "주변에 큰 기관이 없는 곳이 더 안전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KT송전탑 인근 대피소에도 주민과 소방관, 군인 등 30여 명이 모여들었다. 컵라면과 간단한 음료 등으로 허기를 달랬고 미처 두터운 옷을 준비하지 못한 일부 주민들은 추위에 떨었다. 대피소에 비치된 전기난로에 옹기종기 모여 몸을 녹였고 한 주민이 챙겨온 김치를 나눠먹으며 불안감을 서로 다독였다.

대피소에 모인 주민들은 '설마'하면서도 북측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부모님과 함께 대피소로 온 이모(50ㆍ여)씨는 "지난번처럼 북한이 도발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만약 (북한이)대응하면 언제까지 대피소 생활을 해야 하느냐"고 걱정했다.

오후2시30분 '꽈과광~'지축을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군의 포 사격이 시작되자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주민 박모(50)씨는 "결국 하는구나"라고 탄성을 토했다. 그러면서 "계속 연기돼 불안에 떠느니 차라리 빨리 끝내는 게 낫다"고 체념하듯 말했다.

사격훈련이 끝나고 두 시간여 지난 오후6시30분 대피령이 해제되고 나서야 주민들은 안도했다. 박성관(48)씨는 "사고 없이 훈련이 끝나 다행이지만 언제까지 이런 긴장 속에 살아야 하는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편 서해 5도에 속한 대청ㆍ소청도에서는 오전8시 대피 안내방송을 통해 주민 1,400여 명이 대피소 31곳에 분산, 피신했다. 섬 안 초ㆍ중ㆍ고 6곳의 학생들도 긴급 대피했다. 오전9시께 대피 안내방송을 한 백령도의 백령초교와 북포초교, 백령 중ㆍ고교 등 3개 학교도 모두 1교시 수업 중 교내 대피소로 학생들을 안전하게 대피토록 했다.

연평도=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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