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해상사격훈련 실시로 정부와 군은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 점을 최고 수확으로 꼽았다. 북한의 거듭된 보복 협박에도 군이 훈련을 강행하면서 “북한의 무력 도발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끌려 다니지도 않겠다”는 방침을 대내ㆍ외에 확실히 드러냈다고 군은 평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도 사격훈련이 이뤄진 것은 북한의 도발에는 주변 여건과 관계없이 강력 대응한다는 주권국가로서의 권리 선언으로 해석하는 기류도 있다. 군 관계자는 “영토 사수 의지를 분명히 보여 줌으로써 군의 자신감 회복하고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군은 사격훈련으로 흐트러진 군 기강을 다잡는 부수적 효과도 챙겼다. 장병들은 물론, 국민들에게 남북 대치 상황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긴장감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번 사격훈련으로 정부와 군은 적지 않은 부담도 떠안게 됐다. 북한과의 강대 강 대결을 선언하면서 한반도는 당분간 상시적 긴장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럴 경우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격훈련이 전 세계적 관심을 받으면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분쟁 지역으로 고착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NLL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이 설정한 해상분계선을 근거로 침범을 반복하며 NLL 무력화를 끊임없이 시도해 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사격훈련이 의도와 상관없이 NLL을 분쟁 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훈련을 반대해 온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 정부를 못마땅하게 인식할 경우 한반도 외교 지형이 자칫 한미일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북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중국 및 러시아와 대립하는 모양새는 외교적, 경제적 실리 관계를 따져 봤을 때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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