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는 건설 업계의 해묵은 부조리가 정부 첫 공식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9월 말부터 한 달여간 공사비 50억원 이상 271개 건설공사에 참여한 건설사 1,368곳을 대상으로 임금지급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410곳(30%)의 체불임금이 39억200만원에 달했다고 21일 밝혔다.
하도급 대금 15일 이내 지급을 규정한 건설산업기본법 34조1항이 현장에서 무력화해 임금이 제대로 지불되지 않는다는 노동계의 오랜 지적이 확인된 셈이다. 체불 업체 중 129개 사는 임금 정기지급일을 지키지 않았고, 102곳은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 수당을 체불했다.
퇴직금 및 휴가수당의 미지급도 심각했다. 조사 대상 가운데 77곳은 근로자가 퇴직한 지 14일이 지났는데도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63곳은 주휴수당을 주지 않았다. 1개월 개근 근로자에게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주지 않은 업체도 31곳에 달했다.
조사 대상 건설 업체의 절반 이상(52%)인 710개 업체에서 법 위반이 발견됐다. 위반 유형은 근로조건 서면 명시의무 위반이 514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임금정기지급 위반(197건), 퇴직금 법정 기일 내 미지급(140건), 각종 법정수당 미지급(107건) 순이었다.
건설 업계의 뿌리깊은 다단계 하도급 관행 개선이 근본 처방이라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발주처_원청_하청까지 3단계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 건설법과 달리 건설 현장에는 4단계 이상의 불법도급이 만연해 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합법도급(3단계)의 경우 발주처의 하청노동자에게 임금 지급 기한은 최대 45일지만 재하청 단계가 늘어나면 그만큼 지급 기일도 연장돼 임금 체불 기간이 길어지게 마련"이라며 "고용부가 근로감독관집무규정을 개정해 다단계 재하청 공사와 유보임금에 대해 상시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건설 업계 체불 임금 관행이 하도급 구조에서 기인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획감독이 이번이 처음인 만큼 제도적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근로자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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