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조업 등 긴장 속 일상… 어린이 등 23명만 섬 떠나피란생활 주민들 김포시 임시 거처 이주 시작
"포 사격을 다시 한다는 방송이 나오니 주원(7)이가 무섭다고 자꾸 나가자고 하네요."
섬에 들어온 지 보름 만인 19일 오후 1시 박미경(42ㆍ여)씨는 아들 둘(주원ㆍ주찬)과 함께 인천 연평도 당섬외항 선착장에서 여객선 코리아나 호(號)에 몸을 실었다. 연평교회 목사인 남편 송중섭(45)씨는 "포 훈련 소리에 애가 크게 겁을 먹을까 걱정돼 인천에 있는 처남댁에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의 해상사격훈련을 앞두고 연평도 주민들이 일부 빠져나가긴 했지만 크게 술렁이진 않았다. 많은 주민들이 뭍으로 빠져나갈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날 23명만이 섬을 나가 100명의 주민이 섬에 남았다. 일부 주민은 일요일인 이날 평소처럼 교회에 나가 예배도 보고 조업을 재개하기도 했다. 오전 8시 조업을 나간 삼성호는 주꾸미 50㎏과 잡어 등을 싣고 두 시간 남짓 만에 항으로 돌아왔다. 선장 서경원(32)씨는 "이게 우리 생업인데 무서울 게 뭐 있겠냐"며 "기름값 등 경비를 빼면 140만원 정도 번 것 같다"고 웃었다.
섬을 빠져나가는 주민들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김인성(77)씨는 "정부에서 (사격훈련)한다고 했으니 해야지"라며 "여기가 집인데 어딜 가겠나. 훈련 끝나면 들어와서 갯벌에 나가 굴도 따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자대(自隊) 배치를 받은 해군과 해병대 신병들이 연평도에 도착했다. 해군 박승빈(21) 이병은 "(자대 배치 소식을 듣고) 두려움보다는 자부심을 느꼈다"며 "어머니가 걱정을 하셨지만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다 보면 무사히 제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탈북자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북한인민해방전선'은 18일 오후 연평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북한의 3대 세습 등을 비판하는 전단 20만장과 천안함 폭침 장면 등이 담긴 동영상 CD 500장, 1달러 지폐 1,000장을 대형풍선 10개에 매달아 북으로 날려보냈다. 박상학(42)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연평도 포격은) 북한이 6ㆍ25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한 영토를 무차별 포격한 것"이라며 "이런 침략 행위를 북한 주민에게 알리기 위해 전단을 날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3일 북한 포격 도발 이후 인천의 찜질방 등에서 피란생활 중인 연평도 주민들은 이날 오후 3시 임시거처인 경기 김포시 LH아파트로 이주를 시작했다. 인천시와 연평주민비상대책위원회는 주민 1,046명이 김포 양곡지구 미분양아파트에 입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달 가량의 피란생활을 마친 이들은 연평도 시설 복구가 완료될 때까지 앞으로 2개월 간 이곳에서 지낼 예정이다.
연평도=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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