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찰에 우려의 목소리 커져
이명박 정부 들어 불법사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08년부터 최근까지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국가정보원, 국군 기무사령부 등 권력기관에 의해 자행된 사찰은 알려진 것만 해도 10여건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인권의식 부재를 지적했다.
사찰은 일반 국민과 정치인 등 그 대상을 가리지 않고 자행됐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민간인 김종익씨를 정부에 비판적인 동영상을 올렸다는 이유로 사찰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6월 시민단체인 희망제작소 박원순 대표, 국군 기무사령부는 같은 해 8월 민주노총 간부를 비롯한 민간인 26명에 대한 뒷조사를 벌였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러한 광범위한 사찰은 비판세력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권력기관의 과거 회귀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과거 군사독재시절에는 사찰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해 정권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줄였다"면서 "최근에는 인터넷 매체 등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지면서 정치인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 감시해 권력 순응의 사회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광범위한 사찰은 결국 '나도 언제 사찰을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아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고 우려했다.
공직자도, 군인도 아닌 일반 국민들에 대한 사찰에 공직윤리지원관실과 기무사령부가 나섰다는 점에서 사정기관들이 경쟁하듯 사찰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기관들이 대통령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존재 의미를 뚜렷하게 하기 위해 광범위한 사찰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권 들어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정례 대면보고가 부활된 것이 이러한 불법행위를 부추겼다는 견해도 있다.
문제는 정부의 인권의식이다. 오 국장은 "사정기관들의 (사찰에 대한) 욕구를 대통령이 인권보호에 대한 의지를 갖고 억누르고 끊임없이 깨우쳐 줘야 하는데 이 정부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면서 "사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조성되고 사건 수사를 한다고 해도 정권이 의지가 없다면 몸통은 그대로 두고 꼬리만 자르는 격"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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