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지난 17일 전격적으로 신임 단장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의 대규모 인사가 예정된 날이었지만 불과 두 시즌을 치른 이영환(사진) 전 단장이 교체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위권에 그친 성적과 끊임없이 노출된 안팎잡음으로 인해 분위기 쇄신 차원의 조기 교체로 해석된다. 이 전 단장은 2000년대 들어 신교식 단장(2000년) 이후 두 번째로 단명한 단장으로 남게 됐다.
LG는 최근 10여 년간의 암울한 역사를 반영하듯 2000년대에만 무려 5명의 단장이 바뀌었다. 최고 인기구단의 명예로운 자리에서 '독이 든 성배'가 돼 버린 LG 단장(團長)직은'단장(短長)'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가 나올 정도다. 교체 배경과 모양새도 늘 비슷했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첫 단장에 오른 신교식 단장은 2000년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패한 뒤 한 시즌 만에 옷을 벗었다. 90년대 운영팀장과 단장을 지내면서 '신바람야구' 붐을 일으켰던 최종준 단장(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역시 2001년 복귀했지만 1년 만에 물러났다.
바통을 이어받은 고(故) 유성민 단장이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발판으로 그나마 4년간 장수했다. 그러나 수뇌부와 현장의 잦은 마찰 끝에 야구단을 떠난 뒤 스트레스와 지병으로 유명을 달리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2006년 유 단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김연중 단장은 운영팀장 시절 선수단과 프런트의 가교 역할을 가장 잘 했던 인물로 평가 받았지만, 단장 자리에서는 자기 색깔을 찾지 못했다. 재임 3년간 두 차례의 꼴찌가 결정적이었고, 2008시즌 도중 야구단이 대대적인 그룹 감사를 받으면서 김 단장을 포함한 프런트는 전면 물갈이됐다.
이번에 퇴진한 이 단장은 2006년 프로농구 창원 LG 단장을 맡아 두 시즌(2006~2007, 2007~2008) 연속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은 뒤 화려하게 야구단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결국 단장사(短長史)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올리고 말았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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