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일본의 '2011~2015 방위계획대강'이 각의를 통과했다. 이번 방위대강은 기본 방위구상을 완전히 바꾸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새 방위대강은 1976년 이래 일본 방위의 기본개념이던 '기반적 방위력'을 '동적 방위력'으로 바꾸었다. 냉전 당시 옛 소련을 주적으로 상정, 전국 각지에 육상자위대를 고루 배치해 고정적 거점 방위에 임했던 것과 달리 '동적 방위력'은 테러와 게릴라 침투에 대비해 육상자위대의 기동성을 강화하고 해상 및 공중 자위대의 전력 증강에 치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방위구상의 전환은 냉전 종식 이후 꾸준히 논의됐으나 자위대의 기동성 제고나 해상ㆍ공중 자위대의 전력 증강에 대한 일본 국내의 거부감과 주변국의 우려 때문에 미뤄져 왔다. 따라서 최근 북한 핵 문제와 중국의 군사력 증강 등 동북아 지역의 미묘한 안보정세가 일본 방위력 운용 방향의 전환을 재촉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방위대강이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우려를 표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긴박하고 중대한 불안정 요인'이라고 명기해 중국과 북한을 사실상 주적으로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일본의 방위구상 변화에 대한 국내 여론의 반응에서 시대의 변화를 절감한다. 무엇보다 자위대의 역할 변화나 첨단군비 확충이 으레 강한 우려와 반발을 부른 과거와 달리 일본의 새 방위대강을 보는 한국 정부와 국민의 눈길이 담담하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국민의 안보 우려가 북한에 집중된 결과지만, 한반도 안보 현실에 대한 인식 변화도 엿보인다.
미일 군사동맹을 축으로 삼은 일본의 방위력 증강이 한반도에 직접적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제 강제침탈의 악몽에서 비롯한 우려는 남북한과 중국의 현실적 힘을 고려하면 막연하고 추상적이다. 반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구체적 현실이고, 중국의 군사력 증강 움직임도 만만찮다.
다만 새 방위대강이 중국과 북한의 반발을 불러 한반도 주변정세가 복잡성을 더하리란 점에서는 여전히 우려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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