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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신춘문예 마감/ 시 '슬픔과 죽음'이 키워드 소설 '도서관 글쓰기'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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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신춘문예 마감/ 시 '슬픔과 죽음'이 키워드 소설 '도서관 글쓰기' 경향

입력
2010.12.1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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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의 등단을 향한 꿈은 변함없이 드높았다. 지난 3일 원고 접수를 마감한 201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는 시 710명, 소설 384명, 희곡 91명, 동시 191명, 동화 175명이 응모했다. 다른 부문의 응모자 수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소설 응모자는 40명 이상 늘어 4년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일보는 현재 각 부문 예심 및 본심을 진행하고 있다. 당선작은 2011년 1월 1일자 한국일보에 발표된다.

시 부문 응모작들에서는 난해한 실험시가 퇴조하고 소통 가능성을 열어둔 전통적 문법의 작품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가 계속됐다. 심사위원들은 “소재와 주제 면에서 죽음, 주변부적 삶 등 현실을 핍진하게 드러내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고 지적했다. 한 심사위원은 이번 응모작들의 키워드를 ‘슬픔과 죽음’으로 정리했다. 그는 “슬픔은 기존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하지만, 죽음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시작된 것은 특징적 현상”이라며 “천안함, 연평도 사태 등 시국 상황이 죽음에 대한 고민을 깊어지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소설 부문 응모작들은 소재 면에서 딱히 경향성을 찾기 힘들 만큼 다양해졌다. 심사위원들은 “칙릿, 동성애, 다문화가정 등 뚜렷한 트렌드가 있었던 최근 2~3년과는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한 심사위원은 “큰 이야기를 작은 소재를 통해 표현하는, 그야말로 단편소설다운 작품들이 많아졌다”며 “커피, 양치질, 의자, 김밥, 재채기 등 소소한 일상사를 통해 인생의 단면을 형상화하거나, 폭력을 다루더라도 정치 고발이나 군대 폭력처럼 묵직한 소재보다는 가정 폭력을 디테일하게 그려내는 식”이라고 말했다. 추리소설 형식을 빌리거나 수학 공식이나 각주 등을 적극 활용하는 작품도 여럿 눈에 띄었는데 이는 본격문학에도 장르적 요소가 도입되고, 체험보다는 정보를 활용하는 ‘도서관식 글쓰기’가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심사위원들은 그러나 “독특한 직업 등을 소재로 취했지만 특이성에 매몰된 채 문학적 가공을 소홀히 해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작품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과 더불어 “전반적으로 패기있는 시도를 한 작품들이 적어 아쉬웠다”는 평가도 내놨다.

동화 부문 심사위원들은 “풍부한 습작 경험이 느껴지는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으로 응모작들이 확연하게 갈렸다”고 지적했다. 충분한 글쓰기 훈련을 쌓지 않은 초심자들이 대거 투고했다는 뜻인데, 이는 동화를 비롯한 아동문학 창작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진단이다. 한 심사위원은 “아동 및 청소년 문학과 관련된 공모상이 늘어나고 있고, 최근 들어 기성 시인들이 빼어난 동시집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동시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등 아동문학 작가 지망생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50~60대 응모자가 예년보다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이런 현상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동시 부문 심사위원들은 그러나 “좋은 아동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올해 응모작들을 진단했다. 아동문학을 그저 ‘아이들이 읽을 수 있게끔 쉽게 쓴 작품’ 정도로 여기다보니 소재나 표현에 있어서 구태를 답습하는 일이 많다는 것. 심사위원들은 “개울, 나무 등 옛날식 소재를 새로운 해석도 없이 무턱대고 다루는 경향이 아직도 눈에 띈다”며 동시의 본질에 대한 섬세한 이해를 주문했다.

희곡 부문에서는 “재치는 있지만 뚝심은 부족한 작품이 많았다”는 심사소감이 나왔다. 주제에 대한 깊은 사유보다는 재기에 기댄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인데, 한 심사위원은 이에 대해 “이전 세대가 지녔던 신념과 거대담론의 공백 속에서, 삶의 기준과 가치가 모호한 채로 고립분산된 세계 속에 방치됐다는 상실감을 겪고 있는 젊은 세대의 글쓰기 특징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사위원들은 “이유 없는 살인, 근친상간, 파괴 충동, 막말 등이 여과 없이 표현된 작품들이 상당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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