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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처용의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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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처용의 변신은 무죄

입력
2010.12.1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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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소를 두고 사는 울산의 상징 중 하나가 '미스터(Mr.) 처용(處容)'이다. 삼국유사를 통해 향가 '처용가'를 발표해 등단한 처용 시인이다. 해마다 처용문화제라는 울산의 대표 축제가 열리고 있으니 처용 씨에 대한 울산의 존경이 대단하다. 처용의 본적은 울산 처용암이지만 원적은 동해 용궁으로 추정되고 있다.

처용은 울산에서 나타났지만 울산에서 살지는 않았다. 그는 당시 실세인 헌강왕을 따라 신라의 수도 서라벌로 가서 벼슬을 했다. 처용은 울산에 처용암이란 작은 바위섬과 개운포, 망해사 등의 흔적을 남겼다. 처용가는 서라벌에서 창작되었다. 1971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처용무도 울산의 춤은 아니다.

울산이 처용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가진 '관용 정신'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계속해서 철학 없는 그 관용 정신에 대해 시비를 걸어왔다. 줏대 없는 처용이 울산의 상징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울산의 모 문화단체에서 처용의 어두운 이미지를 탈탈 털어내고 편안한 시민의 친구로 만들기로 했다.

다양한 처용 리모델링 중에서 내 눈길을 끄는 것은 묵직하고 장중한 춤인 처용무를 가벼운 처용체조로 만들어 전국으로 보급하는 것이다. 역사적 인물의 이미지를 변신시키는 아이디어가 재미있다. Mr. 처용도 이제 구령에 맞춰 체조를 한다. 자, 처용체조 시작- 하나, 둘, 셋, 넷.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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