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16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유엔환경계획(UNEP)은 우리의 관심을 끌만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바닷물이 빠른 속도로 산성화하고 있어 향후 수산물이 줄어들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해수의 평균 수소이온지수(pH)는 200여 년 전에 비해 0.1 떨어진 8.1로 산성도는 30%가량 증가했다. 그 동안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25%가 바다로 흡수되어 해수 중 탄산 농도가 높아진 때문이다. 온실가스의 하나인 이산화탄소는 산업화로 인해 계속 증가해 왔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이번 세기말 바닷물의 수소이온지수는 7.8로 떨어지고 산성도는 15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수소이온지수가 7이면 중성이고 이보다 낮을수록 강한 산성이 된다. 7보다 높으면 알칼리, 염기성이 된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 지구온난화가 발생한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바다가 흡수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 속도가 예상보다 늦춰지는 것이다. 지구의 기후조절 기능은 바다가 베푸는 큰 혜택의 하나이다.
그렇지만 이로 인해 바다는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바닷물의 산성화, 해양 산성화가 진행되고 있다. 늘어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더 많이 녹아 들면 수소이온지수가 점차 감소한다.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아 탄산을 만들고, 이 탄산이 탄산염과 수소이온으로 분리되면서 수소이온이 늘어날수록 해수는 보다 강한 산성을 나타낸다.
해양 산성화가 왜 문제가 될까? 해양 산성화는 조개나 갑각류, 산호의 껍데기와 골격 형성을 방해한다. 콜라 사이다와 같은 탄산음료에 조개 껍데기를 오랫동안 넣어두면 탄산칼슘 성분의 조개 껍데기가 녹아버리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해양 산성화는 식물플랑크톤과 동물플랑크톤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해양 생태계의 근간인 플랑크톤이 줄어들면 먹이사슬을 통해 해양 생태계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된다.
해양 산성화로 해파리가 늘어나기도 한다. 동물플랑크톤을 먹는 해파리가 늘어나면 어류의 개체수가 감소한다. 또 일부 해양 생물의 신진대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치어들은 해수의 산성화로 방향 감각이나 후각 장애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의 주인공 물고기 흰동가리가 해양 산성화로 전정기관에 문제가 생겨 방향 감각을 잃고 포식자에게 다가간 것과 같은 사례도 있다.
해양 산성화를 방지하려면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화석연료 대신 태양열이나 바람, 바닷물 흐름이나 파도 등을 이용하여 전기를 얻는 것도 방법이다.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한 후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기름을 파낸 유전에 다시 묻는 등 인공적으로 제거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해양 산성화 연구가 시작되었다. 동해는 전 세계 평균보다 2배나 빠르게 산성화하고 있다. 우리와 일본 러시아 미국의 해양 과학자들이 공동 연구한 결과이다. 제주도의 자리돔이 해양 산성화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해양 산성화로 바다 이곳 저곳에서 관찰되는 이상 현상은 전주곡에 불과할 수 있다. 미국은 해양 산성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난해 관련법을 새로 만들었다. 우리도 해양 산성화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때이다.
김웅서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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