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실시될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을 앞두고 북한의 위협이 잇따르면서 군은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서해 5도에는 지난달 23일 북한의 포격 이후 국지도발 최고대비태세인 진돗개하나가 계속 발령 중이기 때문에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사실상 모든 전력을 총동원한 상태다.
피해 생기면 무자비한 대응
북한의 도발 유형에 따라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먼저 북한이 사격훈련을 하는 연평도를 향해 포를 발사해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다.
이에 대해 군은 “교전규칙에 구애받지 않고 자위권 차원에서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그 핵심은 공군력이다. 군은 사격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F_15K와 KF_16전투기를 연평도 상공 인접한 곳에 계속 띄워 둘 방침이다. 전투기에는 북한의 포 기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공대지미사일이 장착돼 있다. 지난달 사격훈련 때는 북한의 선제 공격 후 비상출격했지만 이번엔 공중에서 기다리다 대응시간을 최소화해 타격하겠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19일 “여차하면 바로 때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연평도에 배치된 지상 전력도 대응사격에 나선다. 신형 아서대포병레이더로 즉시 공격원점을 찾아내면 총 12문의 K_9자주포와 새로 투입된 다연장로켓포가 불을 뿜는다. 해군도 주요 전력을 연평도 방향으로 전진배치했다. 함대공, 함대함 미사일 등을 장착한 한국형구축함은 연평도 남쪽 50㎞ 수역까지 올라왔고, 이지스함도 후방에서 대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주한미군과 유엔군사령부 대표단이 사격훈련을 참관하기 위해 연평도에 들어가 있어 북한이 연평도를 재차 공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들은 일종의 인계철선으로 미군이 자동으로 개입한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피해 없으면 지휘관 판단
문제는 북한의 포 사격이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 경우다. 특히 포가 연평도를 넘거나 인근 해상에 떨어질 수도 있다. 북 해안포 기지에서 연평도까지 거리가 17㎞인데 비해 방사포 사거리는 24㎞여서 충분히 가능하다.
이 경우 명백한 도발이지만 한국군의 피해가 없고 포탄 한두 발 정도에 그치는 초단시간의 공격이라면 자위권 차원에서 강력하게 응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적 공격의 위해성과 대응의 비례성이라는 기준 사이에서 지휘관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도 “대응 수위를 놓고 군이 또 다시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애매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론도 있다. 김찬규 경희대 명예교수는 “자위권 행사 요건은 무력공격이면 충분하고 피해발생은 없어도 된다”며 “유엔헌장 2조4항의 영토보전을 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밀타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군이 부담 없이 작전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이미 여건을 조성해 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꿔 말하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을 겨냥한 북한의 포 사격은 공격 의도가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교전규칙에 따라 같은 수준으로 대응하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공에서 붙으면 악화일로
북한이 전방에 배치한 SA_2, SA_5지대공미사일로 정찰용 무인항공기(UAV)를 요격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자위권 차원에서 공격원점을 향한 정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북한도 전투기를 띄우고 한국군 전투기와 이를 지원하는 연평도의 천마지대공미사일, 해군 함정의 함대공미사일이 맞붙는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
북한이 성동격서 방식으로 해상이 아닌 내륙의 전방초소를 공격할 수도 있다. 육군 관계자는 “양측 모두 개인화기나 야포로 무장돼 있어 가용한 무기의 종류가 동일하다”며 “적이 쏜 것 이상으로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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