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을 방문 중인 빌 리처드슨 미 뉴멕시코 주지사가 19일 미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위기가 매우 고조되어 있다"며 "유엔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모든 당사국에 자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오전 리처드슨 주지사는 비무장지대 주변 병력을 관장하는 북한의 박림수 국방위원회 정책국장(대좌)을 1시간 30분 가량 만나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북측은 리처드슨 주지사가 전날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만난 자리에서 밝힌 제안들에 대해 일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CNN은 보도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박 국장과의 대화는 대단히 풀어가기 어려웠지만 약간의 진전을 봤다"며 "그는 우리가 제시한 것 중 남북 군당국자간 유사시 의견교환을 위한 핫라인 설치에 대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측은 한국과 북한, 미국 군 담당자들이 참여해 서해 긴장 지역을 상시적으로 감시할 군사위원회 구성 제안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국장은 이어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 유해 일부가 발굴됐다"며 유해사진과 병사의 군번줄 인식표를 리처드슨 주지사에게 보여줬다고 CNN은 보도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북이 미군과의 유해 공동발굴 작업 재개를 제안했다"며 "이는 매우 긍정적인 제스처였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19일 "리처드슨 주지사가 방북 중 주요 인사들과의 세 차례 만남에서 한국의 연평도 훈련에 대해 북한이 극도로 자제할 것을 강조하며 상황을 냉각시켜야 함을 줄곧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리처드슨 주지사는 18일 김계관 제1부상을 만난 후 "김 부상과의 회담은 매우 좋았지만 상황은 극도로 긴장되어 있었다"며 "우리의 제안이 받아들여 진다면 한반도 위기를 상당히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NYT는 2시간 가량 진행된 이 회담이 "인권보장을 자랑하는 미국이 당신(리처드슨)의 방북을 이토록 연기하다니 미국에 진정으로 민주주의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김 부상의 질타로 시작됐다고 전했다.
리처드슨 주지사와 동행 취재 중인 CNN의 울프 블리처 앵커는 "김 부상이 리처드슨 주지사에게 한반도 긴장 탓에 잠을 자지 못하고 있으며,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사 홈페이지에 남긴 북한 취재 뒷얘기에서 김 부상이 자신에 대해 "개인 상황실(Situation Roomㆍ블리처가 진행하는 TV 프로그램 제목)을 가진 오바마 대통령만큼 힘이 있는 사람 아니냐"는 농담을 건넸다고 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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