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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경제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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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경제의 정치학

입력
2010.12.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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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인민은행장이 최근 자신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비교하며 인플레이션에 따른 통화정책 관리의 고민을 토로해 눈길을 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2월호에서'올해 세계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상가 100명'을 발표하며 저우 중국인민은행장을 벤 버냉키 의장보다 한 단계 높은 4위에 올렸다. 중국과 미국의 중앙은행총수 가운데 저우 행장이 세계경제에 더 영향력이 크다고 손을 들어준 셈이다.

'중국의 그린스펀'과 고민

FP는 저우 행장을 "세계경제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미 달러를 대신할 새로운 국제통화를 제안한 데 이어 올해는 "미국이 세계 경제질서를 주도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이를 인정하도록 끊임없이 압박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굴기(崛起)하는 '차이나 프리미엄'을 업고 그는 이제 '중국의 그린스펀'이란 수식어를 뛰어 넘어 그린스펀이 사라진 국제 금융시장에서 세계 경제대통령 역할까지 넘보게 된 것이다.

그런 저우 행장은 18일 중국 관영방송 중국중앙(CC)TV의 '영도자(領導者) 코너'에 출연해 자신의 업무 스트레스가 버냉키 의장보다 훨씬 심하며 업무도 더 어렵다면서 "사람들은 나의 어려움을 이해하기가 힘들 것이고 시간이 지나서야 조금씩 알게 될 것"이라고 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얼핏 듣기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급등하고 집값이 고공행진 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서 통화정책 집행의 어려움을 토로한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언급은 단순히 현안에 대한 정책 집행자의 고민으로만은 들리지 않는다. 철저히 시장논리에 따라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금리정책에 나서는 버냉키와는 달리,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경제정책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중앙은행 총수에겐 경제 이면의 정치적 요소들이 더 큰 부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금리정책은 미국처럼 시장논리에 맞춰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결정하지 못한다. 정치기구인 국무원이 최종 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 인민은행은 단지 국무원의 결정에 앞서 경제적 주요 고려사항들을 숙지시키고 자문하는 역할에 그친다.

저우 행장은 10월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ㆍ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중국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연내에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10일 후 중국은 거의 3년 만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했다. 중국 학계는 물론 해외 증시 관계자들까지 "저우 행장조차 내일 금리가 어떻게 될 지 모른다"며 "세계는 저우 행장보다 오히려 원자바오 총리의 입을 주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결국 정치 지도자들이 중국의 통화정책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 시킨 셈이다.

향후 5년 시장경제개혁 의지

저우 행장은 17일 베이징에서 열린 차이징(財經) 연말회의에서"내년부터 소득격차 해소 등에 중점을 두고 시행에 들어갈 12차5개년 계획(12ㆍ5 규획)은 금융개혁을 심화하고, 특히'이율시장화'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그 동안 중국 금융체계를 주도해온 사회주의적 계획경제 요소들을 향후 5년간 시장경제 체제 쪽으로 보다 더 개혁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012년이면 현직에서 물러날 그의 이 같은 개혁의지가 과연 얼마만큼 결실을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장학만 베이징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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