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아몰레드(AMOLEDㆍ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장비를 공급하는 코스닥상장사인 에스엔유와 AP시스템. 지난 10일 이후 주식시장에서는 이 두 업체의 희비가 엇갈렸다. 17일까지 에스엔유는 주가가 15.73% 올랐으나, AP시스템은 2.67% 떨어졌다.
운명을 가른 건 삼성의 지분 투자 소식.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에스엔유에 대해 전환사채(CB) 및 유상증자 참여로 294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는 뉴스에 에스엔유는 10일 상한가를 달리는 등 주가가 치솟았다. 반면 시장에서 삼성의 투자 후보로 거론되던 AP시스템은 실망감에 주가가 하락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삼성의 ‘후광효과’가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 증시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주가 양극화. 코스닥시장과 중ㆍ소형주는 코스피의 상승세에 어울리지 못하고 있는 양상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대형주 투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대형주 위주로 펼쳐지는 장세에서는 중ㆍ소형주 역시 대기업과 동반성장하는 기업들, 특히 대기업의 지분투자가 진행되는 기업들에 관심을 가져라”(동양종금증권)라는 틈새전략까지 제안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이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는 ‘삼성 후광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삼성의 에스엔유 투자 효과는 즉각 관련주로 확산됐다. 삼성이 지분 투자하고 있는 에이테크솔루션(12.63%) 아이피에스(5.33%) 에스에프에이(2.51%) 신화인터텍(2.32%) 등이 일제히 코스닥 상승률(0.84%)를 훨씬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메디슨 인수 소식에도 역시 메디스연구소에서 분사한 인피니티헬스케어가 연일 상한가를 치며 나흘만에 55%나 급등했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그룹의 지분투자는 대체로 코스닥기업에 호재였다. 포스코가 올 들어 지분을 인수한 성진지오텍과 삼정피엔에이는 올들어 각각 123%, 231%씩 주가가 뛰어올랐다.
시장에서는 삼성, LG 등 대기업의 코스닥 지분투자 러시가 이어지면서, 대기업 투자주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 ‘밸류체인’(가치사슬)에 들어간 것 자체가 코스닥기업에는 보증수표가 된다고 보기 때문. 대우증권 강수연 연구원은 “대기업의 입장에선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사업파트너로서, 중소기업은 성장모멘텀을 얻기 위해, 서로 윈-윈전략 차원에서 기술력이 높은 협력사에 대한 대기업의 지분투자는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양종금증권 원종필 연구원도 “삼성 같은 대기업의 투자를 받으면 장기간 안정적인 협력이 지속돼 내실을 키울 수 있다”며 “실적개선은 주가 상승에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이런 시각에서 김 연구원과 원 연구원은 공통적으로 삼성그룹이 투자한 에스에프에이와 에이테크솔루션, LG그룹이 지분을 갖고 있는 아바코에 주목했다.
삼성의 협력사 투자와 관련, 증시에선 이미 ‘차기후보군’을 찾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원 연구원은 “삼성은 태양전지ㆍ2차전지ㆍLEDㆍ바이오ㆍ의료기기 등 신수종 사업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들과의 협력관계를 지금보다 더 긴밀하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의 지분투자가 반드시 실적 등의 성과로 연결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삼성 후광효과’는 단발성 호재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신증권 봉 팀장은 “삼성이 투자하는 중소기업들이 실력이 뛰어나고 전략적 윈-윈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나 연구개발 협력의 성과까지 100%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시장에 도는 루머와 실제 투자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선 성 투자주식의 주가 흐름이 나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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