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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천고 한성근 군, 서울대 합격했는데 가난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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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천고 한성근 군, 서울대 합격했는데 가난 때문에…

입력
2010.12.19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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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형편이)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적도 많았습니다. 노력하면 또 길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올해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전형을 통해 서울대 기계우주항공학부에 합격한 전남 여천고 한성근(18)군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태연한 척 했지만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가난한 수재는 명문대 합격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당장 학비와 생활비 걱정을 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모두 1급 장애인인 한군에게는 “요즘 같은 세상에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말이 잔인한 현실이다. 아버지는 선천성 청각 장애인이고 어머니도 다섯 살 때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청각을 잃고 왼손까지 마비된 중증 장애인이다. 변변한 직업이 없는 한군 아버지의 벌이는 고깃배를 타고 나가 일을 거들거나 마을 주민들의 농사일을 돕고 받는 품삯이 전부다. 고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1학년인 여동생들과 세 살배기 막내까지 6명의 가족이 사실상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으로 연명하는 형편이다 보니 한군으로서는 당장 대학 등록금 마련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닐 수 없다.

어려운 형편의 한 군은 중학교까지만 해도 성적이 중간 정도였던 터라 대학진학은 남의 일 정도로 생각해 왔다. 한군이 생각을 바꾼 것은 고1 때. 친구가 받던 여수시 인재육성장학금 중 일부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자신의 부모에게 전달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한군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이후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한 한군은 잠자는 3~4시간 이외에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모의 토익, 논술, 과학, 수학 경시대회 등 각종 대회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등 전교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업을 중단하는 일이 생길 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한 한군은 요즘 한국장학재단 등 장학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알아보느라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안타까운 사연을 보다 못한 학교측에서도 서울대 수시모집 당시 대학에 제출한 추천서에 ‘한군처럼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공부를 계속 하기 위해서는 장학금이 꼭 필요하다’고 당부를 잊지 않았다.

한군의 담임 교사인 박경우씨는 “성근이가 밝은 성격에다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서울대 합격 이후 학업 중단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며 “성근이가 학업을 계속 이어가 우주공학도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주변의 따뜻한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여수=김영균기자 ykk22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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