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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포 땐 거액 담보금 부담 갈수록 흉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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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포 땐 거액 담보금 부담 갈수록 흉포화

입력
2010.12.1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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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이 한국 해경의 단속에 흉기를 휘두르며 폭력적으로 저항하고 있어 인명 피해가 계속 커지고 있다.

18일 낮 12시52분께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북서쪽 130㎞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 뤼윙위호(辽营漁ㆍ62톤급)가 단속에 나선 해경경비함 태평양10호(3,000톤급)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중국 어선이 침몰, 선원 10명이 바다에 빠지면서 이 가운데 1명이 실종됐고 선장 리용타오(李永濤ㆍ29)씨가 숨졌다. 또 단속을 위해 다른 중국 어선에 오르려던 군산해양경찰서 경찰관 4명이 중국 선원들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팔 골절상 등을 당해 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

사고 당시 해경경비함은 EEZ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 50여척을 발견하고 출동해 고속단정을 이용해 검문검색을 시도했지만 중국 선원들이 승선을 시도하던 경찰관들에게 쇠파이프와 몽둥이를 마구 휘두르며 저항했다고 해경은 밝혔다. 입원한 4명 중 문상수 순경은 팔에 골절상을 당해 수술을 받았고 박영웅 경장과 추정 김현중 순경은 무릎 팔 목 등에 타박상을 입어 치료 중이다.

군산해경 관계자는 “사고 당시 중국 선원들이 휘두른 쇠파이프 몽둥이 삽 등에 맞아 부상한 경관들은 지난 밤 치료를 받았지만 지속적으로 육체적 통증에 시달리고 있고 사고 당시 기억을 떠올리면서 정신적 충격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선원들의 폭력 저항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9일에는 제주시 차귀도 남서쪽 61㎞ 해상서 1,500톤급 해경경비함이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검문하려는 과정에서 중국 선원들의 집단 폭력으로 경관 6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2008년 9월에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서쪽 73㎞ 해상에서 불법 조업에 나선 중국 어선을 검문하던 목포해경 소속 박경조 경위가 중국 선원들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숨지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이같이 중국 선원들이 죽기 살기로 맞서는 것은 담보금을 물지 않기 위해서다. 해경에 나포되면 선박 1척당 500만원에서 최고 3,000만원까지 담보금을 납부해야 석방된다. 담보금은 중국의 선주가 해경에 송금해주지만 나중에 선원들이 이 돈을 선주에게 물어내야 한다. 따라서 당장 목돈이 없는 선원들은 빚을 갚을 때까지 노예처럼 배를 타야 한다.

군산해양 관계자는 “일부에서 담보금이 적어 불법 조업이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수천만 원이라는 돈은 중국 선원들에게는 엄청난 액수”라며 “이들은 단속을 피해 새벽이나 야간에 고기를 잡다가 적발되면 거세게 대응하는 바람에 경관의 피해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에는 서해가 황금어장이라 이유도 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곳도 어청도 해상은 평소 불법 조업이 극심하게 이뤄졌던 곳 중 하나다. 이곳은 인천과 전남 목포시 앞바다와 함께 서해 3대 어장으로 알려져 각종 어종이 풍부한 해역이다. 이 때문에 산둥(山東)반도에 있는 칭다오(靑島)와 웨이하이(威海), 스다오(石島) 등지에서 출항한 중국 어선들이 야간이나 새벽을 틈타 한국 해역에서 대규모 포획에 나서면서 수년 전부터 긴장감이 고조됐다.

한편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18일 오후 이번 사건과 관련, 주한 중국대사관 총영사에게 전화를 걸어 유감을 표명했다. 이 당국자는 전화에서 “사망자가 생겨서 가슴 아프다”며 “사후 처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주중 대사관 측은 “잘 알겠다”라며 “필요한 협조를 해 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해경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경비함 여섯 척과 헬기 두 대, 인원 200여명을 동원해 사고 해상에서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

군산=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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