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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의 문향] <63>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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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의 문향] <63>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입력
2010.12.19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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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이 낳은 대표적 사상가 중 한 사람인 함석헌(1901~1989)은 '씨알 사상'의 철학자이며, 동시에 <뜻으로 본 한국역사> 를 남긴 역사가이기도 하다. 그에게 역사는 "영원의 층계를 올라가는 운동"이며, 운동은 자람이며, 생명은 진화하는 것이다. (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역사> , 한길사, 1993, 33쪽) 이런 뜻에서 함석헌 스스로 자기의 일관된 사상으로 '생명ㆍ평화ㆍ참'을 말했을 터이다.

그리고 "내게 선생님이라고는 둘도 없는 한 분"이라고 한 다석 유영모 선생과의 만남은 "만남 자체가 사건이 되어, 그와 더불어 전혀 다른 길을 걷게 하는" 그런 만남이었다. 그리고 3ㆍ1운동 이후 일본 유학길에 올라서는 선배 김교신(金敎臣)의 소개로 우치무라 간조(內村鑑三)를 만나고, 성경공부 모임을 통해서 참 믿음이 곧 애국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김교신 중심으로 낸 잡지 '성서조선'에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를 고난사관의 관점에서 써 내려 갔고, <뜻으로 본 한국역사> 로 제목을 바꾸어 낸 제4판에서는 '씨알'과 '뜻'은 깊은 관계를 가진 함석헌의 역사철학 개념으로 확립되었다.

고난사관으로 그의 역사철학은 자기상실의 민족사를 상기시켜 '민족적 자아(自我)'를 되찾는 정신으로 평가된다. 그것은 '씨알'이라는 용어가 실제의 역사 서술에서는 조선시대 서술에서 비로소 씌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한다. 함석헌 철학의 첫째 가는 화두는 '나'다. 그리고 '나'를 깨달아 간 과정을 그는 '한 배움'으로 말했다.

'한 배움'이란 '큰 배움'이다. 그래서 학풍이 달라져야 하는데, 밖이 아닌 안을 찾는 일, 지식이 아니고 지혜를 찾는 일, 곧 하늘이 준 바탕, 밑천으로 '마음'을 강조했다. 여기서 함석헌 평생의 세 가지 화두로 생명ㆍ평화와 함께 '진리(참)'를 말하게 되며, 여기서 '마음'은 함석헌 철학의 첫째가는 화두로 '나'이며 '참'이다.

"참은 하나다. 한 나다. 아(我)다. 한 아다. 나다. 큰이다. 그것은 이름도 없고 형용할 수도 없다. 그래 하는 말이 나다."

"글이란 '내'가 있고서야 되는 것이요, 내가 나만이 할 수 있는 말씀이다. 저마다 제 글을 쓰고 읽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함석헌은 말을 하고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고민 가운데서 '글'과 '나'를 하나로 생각하고, "역사상에서 일인칭을 똑바로 쓴 사람은 예수밖에 없다"(함석헌; '인간을 묻는다'(대담) <함석헌전집> 4. 344쪽)라고 말하는 함석헌에게 '나'는 전체 속에서 보는 '나'이다. 곧 타자 속에서 '나'를 '나'로 보는 것이다. '나'와 '너'의 경계, 벽, 적대와 갈등의 깊은 골을 넘어 화해의 길을 여는 주체로서 '큰 나'이다. 여기서 그는 '민(民)' 곧 이름 없는 민중의 역사, 곧 '씨알' 사관을 정립했다.

이런 그의 언설은 은유와 역설과 모순어법이 뒤섞이고, 신비체험을 포괄한 말, "내가 나만이 할 수 있는 말씀"으로 <뜻으로 본 한국역사> 를 남겼다. 씨알 사상, 나의 말, '참'의 회복과 우리말로 학문하기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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