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어도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 한다." 전신마비라는 극심한 장애에도 굴하지 않고 학업에 열중해온 신형진(27)씨가 내년 2월 연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다.
입학한 지 9년만이다. 2005년 폐렴에 걸려 2년간 휴학하는 등 학사모를 쓰기까지 남들보다 2배가 넘는 시간이 걸렸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요즘 IT회사 취업과 대학원 진학을 두고 고민하고 있단다.
신씨는 생후 7개월 때 병원에서 척추성 근위축증 진단을 받았다. 온몸의 근육이 힘을 잃어 결국 모든 생활을 남에게 의지해야 하는 병이다. 신씨도 초등학교 3학년 때 몸 전체가 마비돼 머리조차 가눌 수 없게 됐다. 신씨는 "공부에 매달리는 저를 보고 주변 사람들이 '왜 그렇게 고생하면서 학교에 가느냐' '공부보다는 건강부터 신경 써라'는 말을 종종 했다"며 "만약 공부를 포기했다면 아프지 않았을지는 몰라도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대학생활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해냈다. 눈의 움직임을 읽어 컴퓨터를 작동하는 안구 마우스로 자음과 모음을 하나하나 찍어가며 리포트를 썼고 불편한 몸이지만 결석 한 번 하지 않았다. 직전 학기까지 평균 3.4점(만점 4.3)을 받아 학점도 좋은 편이다. 친구들은 그런 신씨를 '연세대 (스티븐)호킹'이라고 불렀다.
신씨가 학업을 이어가는데 어머니 이원옥(65)씨는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씨는 아들을 일반 학교에 보내고 싶었지만 전신마비 장애인을 받아주는 학교가 없었다. 그는 "서울에 있는 한 중학교 교장선생님께 입학시켜달라고 장문의 편지를 보냈는데 이런 아이가 들어오면 교실 배정이 어려워진다며 장애인 학교로 보내라는 답장이 돌아왔다. 아이가 보지 않는 곳에서 펑펑 울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우여곡절 끝에 일반 학교에 들어갔지만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 이씨는 하루 종일 곁에서 도와야 했다. 그는 "아들 친구들의 공책을 빌려 복사해주고 책장도 일일이 넘겨줬다"며 "공부할 동안 가래가 생기지 않도록 밤새 아들의 몸을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뒤척여주다 보면 창문이 훤해지는 일이 잦았다"고 말했다.
시험기간에는 복도에 책상을 갖다 놓고 아들의 조그만 목소리와 입술의 움직임에 의존해 답안지를 작성했다. 이씨는 "문과 출신이라 수학 기호를 잘 모르는데 시그마(∑)가 기호인 줄 모르고 부르는 대로 한글로 받아 적었다가 아들한테 혼나기도 했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신씨는 어머니의 열정에 힘입어 2002년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으로 연세대에 합격했다.
연세대는 21일 오후 5시 백양관에서 신씨의 졸업 축하연을 열 계획이다. 졸업식 때는 총장 명의의 특별상을 주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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