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뮤지컬 할 것 없이 스타 모시기에 여념 없던 한 해였다. 무대의 한파는 여전했지만 조승우와 시아준수, 문근영 등 특급 스타들을 기용한 공연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와중에 세계적 대가들의 연극이 잇달아 내한했다. 한국적 소재를 새롭게 해석한 창작뮤지컬들은 호평을 받았다.
연극 - 큰 무대, 해외 명작들의 선물
풍성했다. 제4회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제10회 서울국제공연술제, 서울아트마켓 등 9~11월 펼쳐진 일련의 큰 무대는 연극의 위상을 새삼 확인시켰다. 특히 책에서나 보던 대가들의 호흡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건 국내 팬들에게 큰 선물이었다.
5월 연출가 레프 도진이 이끄는 러시아 극단 말리가 공연한 3시간짜리 연극 ‘바냐 아저씨’는 세계 최고의 앙상블이라는 평가를 입증했다. 이어 6월에는 현대 연극의 거장 피터 브룩의 최신 연출작 ‘11 그리고 12’가 상연돼 기다림을 보상했다. 브룩은 노령으로 오지 못했지만, 현대 연극 미학을 상징하는 배우ㆍ연출가 로버트 윌슨이 8월 독특한 1인극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를 공연해 새 무대예술 미학의 실체를 체감시켰다. 연극, 무용, 음악, 복합장르 등 네 분야의 122개 무대 중 13개를 ‘팸스 초이스’ 작품으로 선정한 서울아트마켓은 우리 작품들의 해외시장 진출의 길을 넓혔다.
주제, 형식의 양면에서 각각 새로운 접근이 이어졌다. 소극장 혜화동1번지의 무대들,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등 88만원 세대에게 새롭게 다가서는 다양한 작품들은 연극이 가져야 할 사회성을 입증했다. 또 ‘1동 28번지 차숙이네’, ‘하땅세’ 등은 무대에 실제 집을 짓는 등의 방법으로 무대의 실재감을 웅변했다.
국립극단 법인화 문제는 2010년 내내 화제가 됐다. 결국 11월 극단 미추의 대표 손진책씨가 재단법인 국립극단의 초대 예술감독으로 임명되기까지 빚어진 오보 사태 등은 새 체제의 국립극단에 실린 기대의 다른 면이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뮤지컬 - 스타에 의한, 스타를 위한
스타를 빼면 시체였다. 연초 ‘모차르트!’로 데뷔한 김준수(시아준수)는 회당 3,000만원의 몸값을 자랑하며 3,000석이 넘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가득 채우는 기염을 토했다. 회당 1,800만원을 받는다는 조승우도 ‘지킬 앤 하이드’에서 자신의 출연분을 15분만에 매진시켜 화려하게 전역 신고했다.
TV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매력적인 리더십을 발휘한 음악감독 박칼린은 대중을 공연장으로 불러들이기에 이르렀다. 이 밖에도 소녀시대의 태연, 샤이니의 온유 등 아이돌 스타의 무대 나들이는 일상적인 것이 됐다.
한류 열풍도 거셌다. 김준수를 비롯한 정윤호(유노윤호), 안재욱 등 한류 스타를 보기 위한 아시아 팬들의 한국 행이 빈번해졌다. 탤런트 강지환은 일본에서 창작뮤지컬 ‘카페인’의 제작자 겸 배우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빛은 거기까지였다.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과 같은 세계적인 작품들조차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등 불황의 그림자는 여전히 짙었다. ‘미션’은 개막도 못했고, ‘달콤한 인생’ ‘로맨스 로맨스’ 등 중도에 막을 내리는 공연이 속출했다. ‘코러스라인’ 제작사 대표가 개런티 미지급에 항의하는 배우를 폭행한 사건은 신생 제작사의 무분별한 진입 등 미성숙한 국내 뮤지컬 시장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그럼에도 창작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드라마, 영화를 원작으로 한 원소스 멀티유스 바람은 계속됐다. ‘김종욱 찾기’는 영화화된 첫 뮤지컬로 주목받았다. ‘서편제’ ‘피맛골 연가’ 등 한국적 소재를 신선하게 해석한 작품들도 꾸준히 창작됐다. 다수가 관제 뮤지컬이라 한계는 있었지만, 창작뮤지컬의 갈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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