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고를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스마트', '스피드' 같은 단어들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남보다 빨리 정보를 습득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속도와 효율을 추구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빠른 것만 강조되는 나머지 길게 바라보는 안목과 여유는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무슨 일이든 균형감각이 필요하고 보이지 않는 미래가 더 중요한 법이다. 요컨대 판단과 행동은 빠르더라도 추구하는 가치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것이어야 할 것이다.
중국 고전인 <여씨춘추> (呂氏春秋)에 '갈택이어'(竭澤而漁)라는 고사가 나온다.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면 물고기는 쉽게 잡겠지만 다음 해에는 잡을 물고기가 없게 될 것(竭澤而漁 豈不獲得 而明年無魚)이라는 뜻이다.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먼 장래는 생각하지 않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기나긴 인생을 살아가며 많은 판단의 순간이 있겠지만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해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장래에는 분명 좋지 않은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 여씨춘추>
이는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의 금융위기만 보더라도 당장의 이익에 취한 일부 금융회사들의 탐욕은 해당 회사를 망하게 함은 물론이고, 전세계를 위기로 몰아 넣었다. 이외에도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고객을 속이고 결국 그 사실이 밝혀져 더 큰 대가를 치른 사례들을 우리는 많이 볼 수 있다.
롱텀(long-termㆍ장기) 비즈니스인 보험산업은 특히 장기적인 안목이 중요하다. 오랜 기간 동안 고객과 관계를 맺으며 고객을 안심시키고 그들의 노후와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야 하는 보험회사는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선택 받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필자가 CEO로서 보험회사를 경영하면서 의사결정의 순간에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판단의 기준은,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다. 비록 당장은 어렵고 손해인 것 같지만 긴 안목으로 미래를 바라보며 계획하고 실천해 가는 것이, 자신 혹은 회사의 미래를 좋은 고기들이 넘쳐나는 생기 있고 풍성한 연못으로 만드는 것이다.
서태창 현대해상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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