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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 미군부대, 작은 마을, 다섯 식구, 꿈 꾸는 것조차 사치로 여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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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 미군부대, 작은 마을, 다섯 식구, 꿈 꾸는 것조차 사치로 여겨진…

입력
2010.12.1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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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지음

사계절 발행ㆍ184쪽ㆍ9,000원

스테디셀러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 (2000)의 작가 황선미(47)씨가 쓴 첫 청소년 소설이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중반, 미군부대와 가까운 경기도 평택의 작은 마을에 살았던 작가의 어린 시절이 생생하게 녹아있다.

주인공은 열한 살 소녀 연재. 작품은 그의 눈에 비친 야만적인 시대상과 그 시대를 헤쳐나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막일하는 아버지와 행상 나가는 어머니, 잘난 오빠와 두 동생까지 다섯 식구는 더부살이하던 외가가 '초가지붕 없애기' 정책으로 사라지면서 '꺽다리 집'에 살게 된다. 도랑에 각목을 받쳐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이 집은 바람조차 막을 수 없는 공간으로, 식구들은 밤마다 뿔뿔이 흩어져 남의 집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연재는 미군에게 초콜릿을 구걸하고 쓰레기를 뒤지는 마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생활하면서도 속으로는 이를 업신여긴다. 그가 마음을 여는 사람은 새마을운동이 한창인 마을을 두고 "굶주린 들개들이 사는 동네"라고 하는 대학생 강병직이 유일하다. 강병직은 쫓기는 신세가 되고, 아버지는 얼굴에 마비가 오는 등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지만 결국 오빠를 양자로 들이려 했던 숙이네의 도움을 받아 가족은 다시 한 이불에 잠들 수 있게 된다.

시대에 희생된 한 가족의 무력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꺽다리 집'에서 꿈을 꾸는 것은 사치로 여겨진다. 하지만 연재는 꿈 속의 앉은뱅이 여자가 색색깔로 은행을 물들이던 행위처럼, 친구들에게 예쁜 인형을 그려주면서 결핍을 극복한다.

영아 유기 등의 소재를 비롯해 작품 전체적인 분위기는 스산하고, 작가의 서술은 담담하다. 작가는 "90% 이상 내가 겪었던 이야기"라며 "시대적 배경이 지금 청소년들에게 낯설겠지만 결핍은 지금도 존재하므로, 충분히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풍요롭더라도 가족의 유대감이 사라지는 요즘 가족과 집, 이웃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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