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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치어 죽여놓고 무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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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치어 죽여놓고 무죄라니…"

입력
2010.12.1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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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상태에서 자신의 차를 운전하던 대리운전자를 폭행하고 차로 치어 숨지게 한 뒤 달아난 차주(본보 7월20일자 11면, 12월15일자 11면)에게 적용된 살인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해 유족과 검찰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임동규)는 17일 살인 및 뺑소니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고인 박모(41ㆍ설계회사 직원)씨에게 뺑소니 혐의만 인정,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 준법운전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박씨는 지난 6월26일 오후 9시30분께 경기 남양주시 인근 외곽순환도로 갓길에서 자신의 차를 운전하던 대리기사 이동국(52)씨를 폭행하고 시비를 벌이다가 갑자기 차량을 후진시켜 차 뒤에 서있던 이씨를 들이받아 넘어뜨린 뒤 다시 전진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이씨를 친 뒤 혈중 알코올농도 0.143%의 만취상태에서 자신의 차를 운전, 서울 청담대교 인근 도로 중앙선을 넘어 차량 두 대를 잇따라 들이받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앞의 범죄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나중에 일어난 뺑소니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한 셈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목격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점, 당시 도로 상황, 차량 상태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가해자인 박씨의 직장동료이자 유일한 목격자인 김모씨는 수사과정에서 박씨의 승용차에 자신도 충격을 당했다고 진술했다가 말을 바꿨고, 법정에서도 빨간 불빛을 보고 정신을 잃어 승용차가 후진하는 것을 직접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유죄 의심이 간다고 해도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의 죄질이 불량하나 초범이고 유족(부인)과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박씨가 운전한 차량에 의해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것은 차량 감식결과와 톨게이트 통과기록 등 증거에 비춰볼 때 다툼의 여지 없는 명백한 사실"이라며 "항소심에서도 살인 혐의에 대해 재판부와 견해 차이가 있을 것에 대비해 도주차량으로 예비적 공소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족들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피해자의 어머니 강모(76)씨는 "살인 정황이 명백한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고, 이씨의 여동생(43)도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도 하찮게 여기는 이 대한민국에 법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앞서 경찰은 박씨에 대해 살인과 뺑소니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변호사인 박씨 친동생의 조력으로 영장이 기각됐고, 사회적 파장이 일자 한달 뒤에야 영장이 발부됐다. 재판과정에서도 재경지법 수석판사 출신이 박씨의 변호인으로 선임되자 수도권의 대리기사 5,000여명이 "전관예우가 우려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신원(伸寃)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숨진 이씨는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가구공장을 했지만 2005년 부도가 나자 부인과 두 딸을 남겨두고 홀로 귀국해 대리운전 기사를 하다 변을 당해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의정부=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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