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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영원무역 사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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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영원무역 사태의 교훈

입력
2010.12.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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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글라데시의 영원무역 공장에서 발생한 근로자들의 소요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태는 우리나라 해외진출 기업의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영원무역은 현지에서 17개 공장을 가동하며 근로자 3만 6,000여명을 고용하는 등 상당히 성공한 기업으로 국내에 알려져 있어 충격이 더욱 컸다.

현지 근로자 복지에 소홀

우리나라 해외진출 기업이 물의를 일으킨 경우는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스리랑카에서는 경영이 악화한 우리나라 업체 50여 곳이 현지 정부에 내야 하는 사회보장세 부담금을 납부하지 않고 근로자 임금까지 체불한 채 야반도주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현지 근로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혀 외교 현안으로 비화했다. 중남미에 진출한 봉제업체가운데 일부는 현지 법률을 잘 지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조 결성을 무리하게 저지해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됐다. 이들은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위반으로 미국 정부에도 제소됐다.

지난 20여 년 간 우리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은 개발도상국의 저렴한 인건비에 의존하여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 및 중남미 국가에 진출하여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우리나라에서 사양산업으로 지목돼 퇴출 대상이던 봉제와 신발 업종의 많은 기업들이 저개발국가에 공장을 설립해 그간 축적한 기술 과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노동집약적 업종이고 초글로벌 기업 나이키나 리복 등의 협력회사이지만, 많게는 수 만명의 진출국 인력을 활용해 한국에서 보다 훨씬 회사를 발전시킨 해외진출 중소 기업은 자랑스러운 존재였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중국 연안지방에서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채산성이 맞지 않으면 베트남이나 중국 내륙지방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과 같은 해외진출 전략을 추구했다. 저렴한 인건비를 따라 여러 개발도상국을 옮겨 다니는 우리 해외진출 중소기업들은 그 존립기반이 점점 취약해 지고 있는 현실이다.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발전이 진전되면서 현지 근로자들의 처우와 복지 개선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이를 집단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특히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외국계 기업의 근로자 처우를 노조를 통하여 개선하려 하고 있다.

아시아나 중남미 국가로 진출한 우리 중소기업인들은 대부분 근로자들의 집단적 행동이나 노조 활동에 대해 좋지 않은 경험과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과도하게 억제해 아직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교훈 삼아야 한다. 해외진출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영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해외에 진출한 많은 우리 중소기업들은 점심식사 등 과거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이던 시절에도 근로자들에게 제공했던 한국형 복지 혜택마저 현지 근로자들에게 베풀지 않고 있다. 현지 공장의 한국인 관리자들은 현장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보다는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국민이라고 무시하고 억누르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현지 근로자들이 우리의 경영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우리 관리자들도 현지의 관습과 문화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다운 노사관리를

이번 방글라데시 영원무역의 노사 갈등은 최저임금 수준의 상향조정에 따라 초임은 올라간 데 비해 경력직 임금은 동결된 것에서 시작됐다. 많은 해외진출 우리 기업들은 과거 우리나라의 1960~70년대와 같이 자의적으로 현지 근로자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급여를 결정하고 있다. 임금체계와 평가제도를 현지 근로자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 공장을 설립해 글로벌 경영을 할 만큼 성장한 우리 중소기업들도 이제는 글로벌 기업다운 인사·와 노무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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