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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지금 애덤 스미스를 다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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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지금 애덤 스미스를 다시 읽는다'

입력
2010.12.1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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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 다쿠오 지음ㆍ우경봉 옮김

동아시아 발행ㆍ268쪽ㆍ1만3,000원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172?~1790)의 '보이지 않는 손'. 시장의 자율적 조정 기능을 강조하는 이 개념은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이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규제가 아니라 자유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할 때마다 든든한 지원군이 돼왔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주류경제학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면서, 애덤 스미스 역시 은연 중에 비난의 표적이 됐다.

도메 다쿠오 일본 오사카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러나 우리가 애덤 스미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보이지 않는 손'은 이기심을 바탕으로 한 개인의 경제활동을 사회 전체의 경제적 이익에 접목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이해돼왔지만, 사실 애덤 스미스는 인간을 이기적 존재가 아닌 사회적 존재로 파악했다는 것이다.

도메 교수가 쓴 책 <지금 애덤 스미스를 다시 읽는다> 는 애덤 스미스가 남긴 단 두 권의 저작, <도덕감정론> (1759)과 <국부론> (1776)을 분석해 '애덤 스미스 다시 보기'를 시도한다. 그가 활동했을 때의 시대적 배경과 요구를 토대로 원전을 꼼꼼하고 쉽게 해설함으로써 애덤 스미스가 단순히 시장만능주의 옹호자, 급진적 규제완화론자가 아니었음을 밝혀내는 식이다. 저자는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를 해명하면서 결코 인간의 문제를 놓치지 않았던 경제학자가 바로 애덤 스미스였으며, 인간에 관한 폭넓은 연구를 바탕으로 경제학의 체계를 확립했다는 데 그의 독창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용어는 <도덕감정론> 과 <국부론> 에 각 한 번씩, 딱 두 번 등장한다. 그런데 책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읽어보면 그가 사회 번영을 위한 요소로 경쟁을 강조하면서도, 그 경쟁이 페어플레이 규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도덕감정론> 에서 그는 각 개인의 마음에는 타인의 인정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공평한 관찰자'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부와 영예와 높은 지위를 향한 경주에서 사람들은 다른 경쟁자들을 이기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달리지만, 그가 경쟁자들을 밀어제치거나 넘어뜨린다면 관찰자들의 관용은 끝난다. 그것은 공정한 경쟁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썼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의가 실현된 경쟁'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부론> 에서의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의 가격 조정 메커니즘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도 역시 시장이 공공의 이익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시장 참가자의 이기심뿐 아니라 페어플레이 정신이 필요하다는 바탕이 깔려있다. 인위적 규제에 의해 특정 시장 참가자들에게 특권이 주어진다면, 즉 페어플레이 규칙이 침해될 경우에는 시장이 본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물론 <국부론> 은 개인의 이기심에 근거한 경제 행동이 사회 전체의 이익을 가져온다고 논하고 있다. 그러나 도메 교수는 "여기서 상정된 개인은 사회에서 분리된 고립적 존재가 아니라 타인에 대해 동감하고 동감받는 것을 추구하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개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스미스가 가정하는 개인의 경제 행동은 마음 속 '공평한 관찰자'의 인정이라는 제약 하에서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행동이라는 사실도 상기시킨다.

책은 애덤 스미스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도덕감정론> 의 6판에 덧붙인 문장을 인용하면서 마무리된다. "행복은 마음의 평정과 향유 가운데 있다. 평정 없이는 향유할 수 없고, 완전한 평정이 있는 곳에 향유할 수 없는 것은 없다." 규제를 철폐하고 경쟁을 촉진해 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만 인식되던, 우리가 기존에 알던 애덤 스미스와는 사뭇 다른 면모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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