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다른 험한 길을 헤쳐 왔기에 누구보다 모범적이고 멋진 삶을 살겠습니다.”
17일 낮 12시 그리고 오후 1시 대구 중구 문화동 대구시티센터 1층 웨딩홀 오월의 정원에서 감격의 결혼식을 올린 두 쌍의 북한이탈주민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원더풀 라이프’를 다짐했다.
이날 주인공은 장혜선(40ㆍ여) 최춘일(40)씨 커플과 박용길(42) 박금복(38ㆍ여)씨 부부.
2007년 입국한 장씨는 탈북 후 중국에서 만난 재중동포 최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두 자녀를 키우고 있었지만 식을 올리지 못했다. 각각 2003년, 2007년 입국한 박씨 부부도 2008년부터 동거하며 옷 수선가게를 운영하는 모범적인 한국생활을 해 왔지만 결혼식을 올릴 만한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영영 못할 것 같은 결혼식은 대구중부경찰서의 주선과 웨딩컨설팅회사인 대구웨딩연합회, 웨딩홀 오월의 정원이 식장과 피로연, 사진, 웨딩드레스 등을 후원해 이뤄졌다.
결혼식은 정우동 중부경찰서장과 북한이탈주민, 신랑신부의 친지 등 각각 50여명의 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졌다. 테너 이병삼(대구가톨릭대 교수)씨는 가곡 ‘희망의 나라로’ 등을 부르며 이들의 결혼을 축하했다. 어른들이 없어 폐백을 생략하고 신혼 여행은 뒤로 미뤘지만 남부럽지 않은 결혼이었다. 늦깎이 결혼식을 올린 신랑신부들은 생애 가장 기쁜 날 일 법도 했지만, 몸서리 나는 지난 날이 생각나서인지 끝내 두 눈에 이슬이 맺혔다. “남들보다 열 배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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