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출신을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 중진ㆍ초선의원 22명이 정기국회를 얼룩지게 한 폭력사태와 강행처리에 대해 반성하면서 "앞으로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다짐의 진정성을 부각하기 위해 "이를 지키지 못하면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도 약속했다.
18대 국회 들어 두드러진 폭력사태와 강행처리를 두고 여당 내부에서 나온 최초의 조직적 자성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눈길이 끌린다.
반가운 소식이지다. 다만 여야를 막론하고 숱한 다짐을 시류에 휩쓸려 보냈던 그 동안의 행적으로 보아, 또 다짐의 진실성이 약속 내용의 크기보다는 그 출발점인 반성의 깊이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당장 박수를 치며 환영하기는 어렵다. 예산 강행처리 여파에 따른 비판 여론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수도권 출신 의원들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동기의 순수성에도 의문이 남는다.
우리는 총선 후 국회가 새로 구성될 때마다 초선ㆍ소장파 의원들이 쏟아냈던 다짐을 기억한다. 계파 이해나 당리당략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영혼 없는 거수기'는 되지 않겠다는 게 늘 듣던 말이었다. 그런데도 당과 국회에서의 활동이 본격화함에 따라 대부분은 계파와 당의 집단논리에 따랐다. 여야 모두 개인적 이념과 노선에서 적잖이 다르고, 지역구 이해가 엇갈리는데도 거수기를 넘어 강시처럼 그랬다.
그것이 이번만큼은 그런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제약한다. 다짐을 실천하는 행동이 쌓여야만 지워낼 수 있는 불신이다. 실행 여부는 머지않아 판가름 난다. 결의에 참여한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당장 FTA 비준 동의안의 상임위 심의 단계에서 물리력을 동원한 상임위 통과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 모두가 지켜봐야 할 약속이다.
아울러 여당 일각의 이번 다짐은 정상적 국회 운영을 위한 반쪽 결의에 불과하다. 쟁점 의안의 상정과 심의 자체를 가로막는 야당의 행태 변화가 없는 한 나머지 반쪽을 채울 수 없다. 8명의 민주당 의원이 호응, 일단 희망의 불씨는 살려 놓았다. 이를 더욱 살리고 키우기 위해 여야 지도부가 각성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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