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요즘 읽는 책은?
"극작가 장성희씨의 희곡집 <꿈속의 꿈> ." 꿈속의>
_ 왜 이 책을?
"대학(서울예대 문창과)시절 소설을 전공했지만 극작과 수업도 들었습니다. 습작도 썼는데 그걸 읽으신 교수님이 '말이 너무 많다'고 하셨을 때 언어란 함부로 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조금 멍해졌던 기억도 납니다. 무대 위 배우들의 음성으로 듣는 대사가 아닌, 문학으로서의 희곡은 온전한 제 내면의 목소리를 읽게 합니다. 그것이 제가 희곡집을 찾는 이유입니다. <꿈속의 꿈> 은 제가 아직 끌어올리지 못한 원초적인 내면의 언어를 찾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꿈속의>
_ 이 책의 좋은 점은?
"이미 무대에서 충분히 검증받은 6편의 희곡으로 구성된 책입니다. 미처 극장을 찾지 못한 독자라도 생생한 무대와 연기자의 동선을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희곡집의 매력적인 점은 스스로 연출과 연기를 해보면서 나만의 연극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상상 속의 무대지만요."
_ 인상적인 대목은?
"김유신 장군과 두 여동생의 이야기인 '꿈속의 꿈'의 구절이 기억나네요. '내 꿈을 내가 알지 못한 죄 때문에 흑승지옥에 살았다. 후회와 원망이 쉴새없이 닥쳐 무간지옥에 있었다'. 김유신 장군의 출세를 위한 사다리로 이용당하다가 결국 버림받는 여동생 보희의 대사인데, 제가 30년 넘게 방황하며 가슴에 묻어둔 말을 대신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유신이라는 인물의 성공 뒤에는 다른 존재들도 있었고 그 존재들의 삶이란 얼마나 버겁고 비참했는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죽음과 환생의 경계구역을 무대로 아귀다툼하는 인간세상을 풍자한 '환생구역'의 한 구절도 가슴을 서늘하게 합니다. '천국의 문은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도달할 수 있는 높은 위치에 있다. 이 문은 열린 지 매우 오래된 탓으로 문짝이 녹슬었다'. 저 말고 그런 느낌을 받은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_ 추천한다면?
"진실이 결여된 언어가 범람하는 시대에, 뜨거운 질곡의 언어를 찾는 분에게 권합니다."
<꿈속의 꿈> (2009)은 강단과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극작가 장성희씨의 희곡집이다. '호랑가시나무 숲의 기억' '환생구역' 등 수록작 6편은 몽환적 리얼리즘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애플리즘ㆍ300쪽ㆍ1만6,000원. 꿈속의>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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