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비자금 조성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가 14일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 회장실 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은 김 차장을 상대로 그룹 계열사 자금이 김 회장 일가로 흘러 들어갔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히 김 차장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천안 땅을 한화 호텔앤드리조트(전 한화리조트)가 임대하는 과정에서 미심쩍은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2004~5년께 승마장 운영 명목으로 이 부지를 임대하기로 계약한 것이고 계약과정은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화 호텔앤드리조트는 한화콘도와 서울플라자호텔 등을 운영하는 종합레저업체로 검찰은 앞서 10월 27일 한화 호텔앤드리조트 본사를 압수수색했고, 지난달 12일 홍원기(59)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대표를 소환해 불법적인 자금거래에 관여했는지 캐물었다.
검찰은 김 차장을 소환한 다음날인 15일 김 회장을 재소환했다. 장남의 계약 관계가 김 회장의 배임혐의 수사와는 사실상 별건(別件)으로 분류될 수 있어, 일각에선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이 소환 당시 "이건 좀 너무한 것 아닙니까"라는 의외의 반응을 보인 것도 이 같은 불만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화에서도 볼멘소리가 새나오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상당수 계열ㆍ협력사의 압수수색, 임직원 소환이 계속되다 보니 내년 경영계획 수립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부지검 관계자는 "차명계좌만 300개가 넘고 위장계열사의 수도 많아 소환 인원은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압수수색 대상도 대다수가 위장계열사다"라고 말했다. 장남 소환이 압박용 아니냐는 지적에는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니고, 그룹 자금의 흐름을 보기 위한 수사의 과정이다"라고 못박았다. 검찰은 조만간 김 회장을 한 차례 더 소환한다는 계획이다. 신병처리는 그 이후에 결정할 예정이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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