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 울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부터 다음날 등교시간까지 시설을 지키는 학교 경비원 전모(58)씨가 6학년 여학생을 수 차례 성추행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결과 전씨는 6년 전 울산의 다른 초등학교에서도 1학년 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6년 하반기 개정된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아동ㆍ청소년 관련시설은 취업예정자나 직원들에 대한 아동성범죄 경력을 조회, 취업을 제한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해당교육청과 학교당국이 이를 지키지 않아 빚어진 일이었다.
경찰이 사상 처음으로 전국의 아동, 청소년 관련 시설 종사자 전원에 대한 성범죄 경력 여부 조사에 나섰지만 해당기관과 시설의 무관심과 비협조로 전혀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운동장에서 초등학생을 납치,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을 계기로 경찰청이 아동 성범죄 예방강화 차원에서 지난달 24일 여성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문화관광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각 부처를 통해 아동ㆍ청소년 관련 산하 기관 및 시설 종사자의 성범죄 경력을 조회하도록 공문을 보냈지만 16일 현재 단 한 곳도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초등학교가 교직원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해당지역 경찰서에 보내면 이를 조회해 성범죄 전력 여부를 확인해주는 단순 절차지만 어느 기관ㆍ시설에서도 경찰에 요청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아동ㆍ청소년 업무와 관련된 기관ㆍ시설은 학교 유치원 등을 포함, 모두 24만여 곳이다.
보다 못한 경찰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13일부터 일부 아동, 청소년 관련 시설에 대한 점검에 나서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설 종사자들이 아예 법 자체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경찰의 협조요청이 전달되지 않은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실 학교만 놓고 보더라도 성범죄 전력을 가진 교직원이 적지 않지만 취업제한 또는 해임조치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아동 청소년 관련시설에 대한 취업제한 대상은 올 4월부터 청소년 성범죄뿐만 아니라 일반 성폭력 사범으로 확대됐지만 교육당국이 법을 무시하거나 소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07년부터 올 5월까지 전국 초ㆍ중ㆍ고교 교사의 성범죄 징계처리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 현황자료에 따르면 전체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는 64명이나, 이중 해임된 교사는 2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감봉과 견책, 경고에 그쳐 버젓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07년 서울의 모 사립고 교사는 미성년자인 학생을 성추행했지만 정직 3개월의 징계만 받았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사들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 학교 내부규정에 의해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아동, 청소년 관련 시설 종사자는 이번 경찰의 전수조사 이후에도 일정기간마다 성범죄 경력 여부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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