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젊은이들이 인종문제로 충돌, 모스크바가 폭동의 도시로 변했다. 이날 “러시아인만을 위한 러시아”를 외치는 슬라브계 청년 민족주의자들과 소수민족 청년들이 모스크바 시내 곳곳에서 대립하며 난투극까지 벌이는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1,200명이 체포됐으며 30여명이 부상당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소수인종 권리 보호와 외국인 혐오에 대한 교육을 다짐하며 사태진정을 호소했다.
이번 사태는 이달 초 러시아인 축구팬이 남부 캅카스(영어명 코카서스) 출신 소수민족 청년에게 살해당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여기에 다른 사건에 연루된 소수민족 청년 1명이 보복살인을 당하자 러시아 내부의 배타적 인종주의가 폭력사태로 번진 것이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이날 양측이 처음 충돌한 지역은 캅카스 상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모스크바 시내 서쪽 키예프역이었다. 민족주의자 청년들과 소수민족 청년들은 키예프역에서 이날 오후 5시께부터 칼과 몽둥이, 가스총, 전기충격기로 무장하고 서로를 공격했다. 이들은 이후 크렘린궁 인근을 포함한 시내 곳곳에 몰려다니며 서로를 공격해, 모스크바는 밤늦도록 무법자의 도시가 된 듯했다. 그나마 치안 당국이 충돌사태에 대비, 이날 오전부터 대규모 병력과 장갑차까지 배치하고 경계에 들어가, 부상자가 적었다.
AP통신은 슬라브 계열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캅카스 출신 소수민족이 모스크바 등으로 대거 이주하는 것에 불만이 쌓여왔다고 보도했다. 캅카스는 무슬림이 다수 거주하고 러시아에서 독립하려는 반군들이 아직 활동하는 곳이다. 이런 인종갈등은 러시아인들이 중앙아시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출신들에까지 분노를 터뜨리는 극단적 인종주의로 확대돼 러시아 사회를 크게 동요시키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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