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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회 한국 출판문화상/ 저술(교양) 부문 수상작 ‘좌우파 사전’ 저자 1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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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회 한국 출판문화상/ 저술(교양) 부문 수상작 ‘좌우파 사전’ 저자 14명

입력
2010.12.1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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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과 소통하는 책을 만들기 위해 들인 노력이 인정을 받은 듯해 앞으로도 사회과학 교양서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이건범)

“‘정의’ 열풍을 보듯 개인 문제에 쏠렸던 시대적 관심이 다시 사회 문제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이 책도 그 흐름의 하나로서 좌우의 시각으로 사회 문제를 보려 했는데, 그 의미를 제대로 평가받은 것 같습니다.”(조형근)

저술(교양) 부문 수상작인 (위즈덤하우스 발행)은 현재 한국사회의 22개 의제에 대해 14명의 학자ㆍ출판인이 공동 집필했지만, “마치 한 사람이 쓴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일관된 집필이 돋보인다. 공동 저자이면서 책의 기획 및 집필 과정을 총괄한 이는 조형근(43)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와 출판기획자 이건범(46)씨다.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한쪽의 시각으로만 보지 말고 입체적으로 조명해 보자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사람들이 제한된 통로로만 정보를 취득하고 만나는 사람만 만나다 보니까 좌우 패거리 문화가 생기고, 서로를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잖아요.”(이건범) 1990년 시국사건으로 2년여 수감되는 등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이씨는, 우파의 진정성도 읽으려 했다고 말한다.

이씨의 제안에 서울대 사회학과 후배인 조 교수가 의기투합해 함께 의제를 선정하고 저자를 섭외했다. 책이 다루는 의제들은 법치주의, 한미동맹, 업적주의, 소득분배, 고교평준화 등 하나같이 한국사회의 골 깊은 논쟁적 현안들이다. 조 교수는 “가장 어려웠던 게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것이었다”며 “집필자들에게 최대한 객관적으로 좌우의 시각을 조명하도록 당부했고, 각 원고마다 여러 차례 의견을 교환해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균형감각’이 이 책의 씨줄이라면, ‘대중적 글쓰기’는 날줄이다. 딱딱한 논문 쓰기에 익숙한 학자들에게서 최대한 쉽고 잘 읽힐 수 있는 글을 받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책을 기획한 것은 2008년 4월, 원고가 모두 모인 것은 지난해 10월, 1년 가까운 퇴고 과정을 거쳐서 올해 8월 책이 나왔다. 책 서문 격인 ‘개념과 현실’과 ‘업적주의와 사회적 불평등’ 부문을 쓴 조 교수는 “나부터도 이 선배에게 글이 어렵다며 네 차례나 퇴짜를 맞을 정도였다”며 “대중적 글쓰기에 대해 느낀 점도 많았다”고 말했다. 책에 어려운 이론적 내용보다 한국의 현실에서 벌어지는 실제 사례들이 풍성하게 담긴 것은 이런 노력 때문이었다.

조 교수는 특히 한국의 학자들이 대중교양서를 내기 힘든 현실도 지적했다. 교수 업적평가에서 교양서 출간은 거의 반영되지 않고, 학술지 등재 논문 위주로만 점수가 인정돼 논문 쓰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중교양서를 쓰면 그만큼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요. 그런데 정작 학술지 논문은 아무도 읽지 않으니까 대중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거죠. 교수들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어쩌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김주영기자 will@hk.co.kr

■ 심사평

후보작 모두 충분한 자질과 자격을 갖췄기에 선정이 어려웠다. 은 누구나 알지만 거의 읽지 않는 고전의 ‘리라이팅’이라는 점에서, 특히 다윈의 원문을 충분하게 인용하여 그 면목을 알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한 개인의 충실한 저작이라는 점이 좋았다. 는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인권이라는 주제를 맛깔나게 다룸으로써 실감나게 이해시킨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좌파 우파 논쟁’에 대한 충실한 저작물이라는 점이었다. 14명의 학자들이 집필했으면서도 중복되지 않고 입체적이어서, 사전에 충분한 교감과 토론을 거쳤음을 느낄 수 있었다. 22개의 의제 모두 오늘날 한국 사회의 쟁점들이라는 점에서 시의성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전통적 역사적 접근(예를 들어 프랑스, 영국, 미국의 좌우파 개념과 역사)이 미약하다는 약점을 지적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할 큰 선거를 앞두고 악순환적 갈등을 계속하고 있는 좌우파 논쟁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건강한 보수와 실천적 진보의 정립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보수든 진보든 각각 정체성을 정립하고 상대의 진정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책이다.

김경집ㆍ가톨릭대 인간학교육원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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