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 골퍼' 최나연(23ㆍSK텔레콤). 2010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가장 빛난 별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시름에 빠져있는 국민들에게 이른 새벽부터 힘찬 희망의 소식을 전해왔다.
최나연은 '골프 지존' 신지애(22ㆍ미래에셋)의 그늘에 가려있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최고가 아닌 '2인자'였다. 하지만 2010년 최나연은 신지애를 훌쩍 뛰어 넘었다. 그의 말처럼 아쉬움이 없는 한 해였다. LPGA 투어에서 상금왕(187만1,166달러)과 최저타수(69.87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최나연은 16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아직도 내가 1년 동안 69타를 쳤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내가 봐도 정말 잘한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LPGA 투어에선 골프를 잘하는 예쁜 선수였던 최나연은 지난 6월 열린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는 컷을 통과하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대회인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에서 정상에 오르며 시즌 마지막까지 상승세를 유지했다.
최나연은 "컷 탈락한 대회 바로 다음 대회에서 시즌 첫 우승을 올렸다. 그 때부터 나도 마음만 먹으면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 10월 국내 유일의 LPGA 투어인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2연패를 달성한 최나연은 상금왕을 놓고는 신지애, 최저타수 부문에서는 크리스티 커(미국)와 시즌 막판까지 피말리는 싸움을 펼쳤다.
그 동안 결정적인 순간마다 뒷심 부족으로 무너졌던 최나연은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최나연은 지난 6일 열렸던 시즌 마지막 대회인 LPGA 투어 챔피언십에서 1언더파 287타를 기록하며 공동 5위를 차지했다. 4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신지애를 따돌리고 상금왕을 확정한 최나연은 커를 0.08타차로 제치고 시즌 최저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베어 트로피를 받았다. 2003년 박세리, 2004년 박지은에 이어 한국선수로는 세번째로 베어 트로피를 수집했다.
최나연은 비록 올해의 선수를 청야니(대만ㆍ188점)에게 내줬지만 이 부문에서도 3위(180점)에 오르며 LPGA를 대표하는 간판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최나연은 성적을 낸 뒤 달라진 점에 대해 묻자 "예전에는 내가 먼저 인사를 해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선수들이 많았다. 미국이란 곳에서 눈치를 보면서 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먼저 인사를 하는 선수도 생겼다. LPGA 생활이 너무 재미있고 좋아졌다"고 달라진 위상을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을 꼽아달라고 하자 주저없이 코닝클래식 마지막 라운드 18번홀을 선택했다. 최나연은 18번홀에서 3.5m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연장전으로 승부를 몰고가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TV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주먹을 쥐면서 파이팅을 하기도 했어요(최나연은 세리머니를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나연은 올해 최고의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을 퍼팅으로 꼽았다. 최나연은 "작년과 달라진 것은 퍼팅이 굉장히 좋아졌다는 것이다. 코닝 클래식 우승으로 자신감이 생겼고 이것이 퍼트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올해 LPGA 투어에서 자신감이란 소득을 얻은 최나연은 내년 시즌에 대한 다부진 포부도 전했다. 최나연은 "내년에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한 선수가 독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 해 반짝하는 스타가 아닌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 속에 남는 선수가 되겠다. 크리스티 커처럼 마지막 홀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2010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최나연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 오는 27일 미국으로 출국해 본격적인 동계훈련에 돌입한다. "2010년은 좋은 추억이 있던 해일 뿐입니다. 미국에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훈련을 하게 되는데요. 내년에는 많은 우승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해보다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내년에도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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