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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커버스토리 - 겨울바다여, 새 희망을 許하라

입력
2010.12.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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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구영신 일몰·일출 여행

이맘때가 되면 몸도 마음도 움츠러든다. 날이 추워지고, 한 해의 시간도 어느덧 자투리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들의 회한을 털어내고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나를 다독이는, 일년 중 가장 진지해지는 시기다. 저무는 해를 보며 회한을 삭이고 떠오르는 태양에 꿈을 빌어보는 여행을 계획한다. 마음 속엔 이미 겨울 바다가 꽉 들어찼다.

연말연시 호젓하면서도 뜻 깊게 보낼 만한 겨울바다들을 모아봤다. 살을 에는 겨울바다의 바람이 매섭지만 걱정만 할 일은 아니다. 그 매서운 바람을 녹여줄 온천이나, 추위를 잊게 할 찰진 파도가 차려놓은 겨울의 성찬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 삼척 동해

동해와 삼척의 바다는 광활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역동적이면서도 아늑하다. 긴 해안선 전체가 아름다운 해수욕장과 아늑한 포구, 파도 부서지는 기암괴석의 갯바위들로 이뤄져 있다.

이중 동해시와 삼척시의 경계에 있는 추암의 일출은 최고의 절경이다. 촛대바위 위로 붉은 햇덩이가 떠오른다. 그 추암의 일출에 견줄만한 곳이 삼척시 아래쪽의 원덕읍 신남마을 해신당이다. 갯바위와 그 바위 위에 솟아오른 소나무 위로 붉음이 번져오며, 바닷물 한가운데에서 숯불빛 태양이 떠오른다.

해신당은 원래 손각시 애랑이의 원혼을 달래기 위한 당이다. 마을 주민들은 매년 음력 정월대보름과 시월 첫 오(午)일에 제사를 지냈는데 나무로 남근 모양을 깎은 뒤 굴비두름 엮듯 새끼줄에 매달아 당집에 바쳤다. 이 삼척 작은 어촌마을의 ‘남근 봉납’ 제의의 전통이 관광자원이 돼 지금의 남근만 가득한 해신당 공원이 됐다.

정라항에서 삼척해수욕장까지 5km 구간에 걸쳐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해안도로의 이름은 ‘새천년도로’. 2000년에 개통돼 붙여진 이름이다. 가장 가까이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길이고, 또 가장 망망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새천년도로 가에 있는 소망의 탑은 연인, 부부, 가족들이 찾는 동해의 소원성취 명소다.

겨울철 동해 삼척엔 양미리와 도루묵, 곰치가 많이 잡힌다. 해장국 곰치국을 먹어보지 않으면 삼척에 안 간 것이나 마찬가지. 부드러운 곰치살 몇 토막에 푹 삭은 신김치를 썰어 넣어 맛을 낸 곰치국 한 그릇이면 지난밤의 속쓰림은 씻은듯이 사라지고 몸이 활기를 되찾는다. 정라항, 삼척해수욕장 등에 제 맛을 내는 음식점들이 많다.

강원 고성 속초

금강의 맥이 바다로 흘러 아름다운 고성의 바다는 화진포, 송지호 등 아름다운 경승지를 품고 있다. 하지만 국내 최북단인 탓에 군사보호구역의 철조망이 어색해서인지 언제나 호젓하다. 겨울 바다의 사색을 제대로 만끽하기에 여기만큼 좋은 곳도 없다.

화진포는 바다도 넓고 호수도 넓다. 호수와 바다가 뿜어대는 경승은 지금보다도 일제 때가 더 유명했다. 당시 외국인의 별장촌이 지어졌고 해방 후 김일성 이승만 이기붕의 별장이 이곳에 생겨났다. 바닷가 언덕 위 솔숲에 지어진 김일성 별장의 옥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화진포 백사장은 바다의 장쾌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란 걸 여실히 보여준다.

고성의 포구는 거진항 같은 큰 곳도 좋지만 아야진이나 가진항 등 작은 곳은 그 운치가 남다르다. 아야진은 양쪽에 바닷가 누정인 청간정과 청학정을 끼고 있다. 갯바위에 둘러싸인 가진항은 크지 않지만 아늑함 만큼은 그 어느 포구에 뒤지지 않는다. 속초나 강릉, 고성 등지의 회맛을 아는 현지인들이 100% 자연산을 믿고 찾아가는 포구다.

화진포와 같은 석호인 송지호도 조용히 나만의 일출을 맞기에 제격인 곳이다. 바다가 스스로를 격리시킨, 파도가 사라진 바다 석호에서의 해돋이다. 송지호 옆 7번 국도변에는 철새 관망대가 솟아있다. 송지호는 겨울 철새가 머물다 가는 철새도래지이기도 하다.

관동팔경중 하나인 속초의 청간정도 해돋이가 유명하고 인근 문암포구의 능파대 일출도 동해안 유명 해안 못지 않다. 속초 설악워터피아에선 온천수로 겨울바다에 얼어붙은 몸을 따뜻하게 녹일 수 있다.

울진 영덕 포항 경주

울진에서 경주에 이르는 경북의 동해안도 볼 만하다. 울진 남부IC 인근 왕피천을 넘으면 관동팔경 중 하나인 망양정이 서있다. 망양정에선 높은 시야로 어느 곳보다 넓은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평해읍 초입에선 또 다른 관동팔경인 월송정을 만난다.

‘고래 불로’와 ‘영덕대게로’ 등으로 명명된 영덕의 해안길은 30km 내내 바다와 떨어지지 않고 이어진다. 병곡의 고래불해수욕장을 출발한 해안길은 풍력 발전기가 이국적인 해맞이 공원을 지나, 대게로 유명한 강구항까지 이어진다.

영일만을 끼고 월포-칠포-송도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해안길과 포스코-호미곶-구룡포로 이어지는 해안길은 포항의 짙푸른 바다를 감상하기 좋다. 길가 곳곳에서 꽁치를 널어 말리는, 요즘 ‘형님예산’으로 유명세를 치른 과메기 덕장을 볼 수 있다.

경주 지역으로 넘어가 감포로 향하는 해안길은 우거진 갈대 숲과 어울려 한층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감포 인근엔 바다의 용이 되어서라도 신라를 지키려는 문무왕의 전설이 어린 대왕암이 있다. 대왕암 일출 포인트는 봉길리 해수욕장이다. 대왕암 위로 햇덩이가 솟구친다. 봉길리 해수욕장 인근 대본초교 맞은편에 이견대가 있다. 대왕암에서 5분 거리 내륙 쪽으로 감은사지가 있다. 2개의 거대한 삼층석탑이 우뚝 선 감은사지에는 화려했던 금당과 강당, 회랑이 주춧돌로만 남아 과거를 이야기하고 있다.

울진과 영덕은 이제 제철을 맞는 대게로 유명한 곳이다. 울진의 죽변항과 후포항, 영덕의 강구항이 집산지다. 이들 3곳이 가장 저렴하면서도 믿을 수 있는 대게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충남 보령 홍성 서산

보령 천북은 지금 굴구이가 한창이다. 굴껍질 통째로 불에 올려 굴을 구워먹는 방식이다. 굴이 익어 껍질을 벌릴 때 나는 폭발음이 요란하다. 천북에서 방조제 하나 사이로 지척인 홍성의 남당항은 지금부터가 새조개 철이다. 주먹만한 조개에서 새부리처럼 튀어나오는 조갯살을 샤브샤브로 데쳐먹는 맛이 황홀하다.

천수만이 품은 겨울 바다 맛으로 배가 불렀으면 주변의 풍광도 함께 둘러보자. 천북에서 15분 거리인 보령 오천항은 키조개의 우리나라 최대 생산지다. 오천항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나지막한 야산에는 조선시대 충청수영이 자리잡았던 오천성이 있다. 지금은 약 1km 길이의 성벽과 서문인 망화문, 어려운 백성을 돌보던 진휼청, 장교 숙소였던 장교청 등만 남아 있다.

보령의 성주산과 보령호 주변으로의 드라이브도 권할 만하다. 보령 시내를 벗어나 성주터널을 지나면 갑자기 딴 세상에 온 듯 성주산의 풍광이 펼쳐진다.

통일신라 시대의 큰 절이 있었던 성주사지에는 탑과 석등, 비석들만 남아 있어 폐사지가 주는 적막함 속으로 침잠할 수 있다. 홍성의 상황리 전망대나 궁리 포구에서 보는 일몰 또한 장관이다. 수평선에 바짝 엎드린 안면도 위로 시뻘건 햇덩이가 넘어가는 모습이 장엄하다. 한용운 선생 생가와 김좌진 장군의 생가가 남당항 가까이 있어 둘러볼 만하다.

서산의 간월도는 서산방조제 공사로 연결된 섬 아닌 섬. 암자 한 채가 들어선 작은 섬이 소박하면서도 정겹다. 옛 성곽의 고즈넉함이 그대로 남은 해미읍성과 마음을 씻는 개심사, 백제의 미소로 유명한 서산마애삼존불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경남 통영 거제

통영의 산양일주도로를 타고 가다 만나는 달아공원이 최근 낙조 포인트로 사랑 받고 있다. 점점이 바다 위에 뜬 섬들 너머로 태양이 질 때 동백꽃만큼 붉은 빛이 하늘로 번진다.

하지만 역시 통영을 대표하는 일몰은 철제 아치형 다리인 통영대교를 배경으로 하는 해넘이일 것이다. 바로 옆 다리인 충무교 교각 위에서나 충무교 아래 통영운하 등에서 통영대교를 물들이는 장엄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거제도는 최근 거가대교가 연결돼 부산에서의 접근이 빨라졌다. 제주 다음으로 큰 섬인 거제도는 굴곡이 심해 해안선의 길이(387km)는 제주(263km) 보다 길다. 그 굴곡진 해안선이 거제 관광의 핵심이다. 내해를 끼고 있는 섬의 북쪽과 서쪽은 양식장이 지천이라 볼거리가 약하고, 장승포에서 저구에 이르는 외해와 만나는 남동쪽 해안이 절경이다.

해안 드라이브의 묘미는 장승포에서 본격화한다. 장승포에서 14번 국도를 타고 남으로 달리는 길. 지세포를 지나 와현, 구조라를 향하면서 탄성이 연달아 터지기 시작한다. 말굽 모양으로 감싸인 와현의 바다는 마냥 아늑하고, 구조라해수욕장은 백사장 앞에 떠 있는 사철 푸른 윤돌도가 있어 외롭지 않다.

학동몽돌해수욕장은 거제를 대표하는 해수욕장. 멀리서 보면 검은 주단 같은 1.2km 정도의 몽돌해변이 펼쳐져 있다. 파도의 모진 뭇매에 닳고 닳은 몽돌의 파도 소리는 여느 백사장과 달리 깊고 찰지다.

다대 다포를 지나 여차에 이르면 거제 해안 절경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진다. 여차에서 홍포로 넘어가는 도로가 절경 중의 절경이다. 길 바로 옆 벼랑 아래가 보여주는 모습은 천상의 풍경이다. 대소병대도와 함께 매물도와 소매물도 어유도 가왕도 등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해질녘 섬들로 이룬 바다는 황금빛으로 물들어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전남 강진 완도 보성

찬 바람이 세찰수록 온도가 낮을수록 더 신선한 초록을 뿜는 곳이 있다. 전남 강진만 입구, 고금도와 약산도를 방파제 삼은 호수 같은 바다다. 응축된 겨울바다의 진액 같은 별미, 매생이를 건져내는 현장이다. 파래보다 가는 매생이는 아마도 우리가 먹을 수 있는 해조류 중 가장 가는 것일 게다. 누에 실보다 가늘다고 '실크 파래'로 불리고, 살살 입에서 녹는다고 '바다의 솜사탕'으로도 불린다.

매생이 최고의 메뉴는 뭐니 해도 굴을 넣고 끓여낸 매생이국이다. 국이라 부르니 국이겠지만 죽이라 불러도 틀리지 않을 만큼 걸쭉하다. 진초록 빛깔에 뭉클거리는 질감, 부드러운 맛과 상쾌한 바다의 향을 지녔다. 술꾼에겐 최고의 속풀이 선물이다.

강진만의 겨울은 백조라 불리는 겨울 진객 큰고니가 둥지를 튼다. 이른 아침이나 저녁 조심스레 가까이 다가가면 코앞에서 백조의 군무를 감상할 수 있다.

마량항에서 다리를 건너면 완도군 고금도다. 이 섬의 덕동에는 충무리라는 마을과 이순신을 모신 사당 충무사가 있다. 사당이 있는 자리는 노량해전에서 유탄에 맞고 전사한 충무공을 아산 선영으로 모시기 전까지 80일간 안장했던 곳이다.

고금도와 연도교로 연결된 약산도는 산에 약재가 많다고 이름 붙여진 섬으로 그 약재를 먹고 자라는 흑염소로 유명하다. 약산도의 매생이나 김 양식장 너머로 지는 일몰 또한 그림이다. 고금도 섬자락에 슬며시 기대 떨어지는 햇덩이가 바다 전체를 빨갛게 물들인다.

벌교 앞바다 여자만 갯벌은 찬바람이 불면 분주해진다. 소설 에서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도 제격’이라고 표현된 참꼬막 때문이다. 씹을 때 어금니에 닿는 질감 중 꼬막만큼 매력적인 것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 꼬막 맛의 절정이 바로 지금이다.

전남 여수 순천

여수의 맨 바깥 섬은 거문도다. 19세기 열강의 발길에 채이던 시절, 영국군 무단점령 등의 아픔을 간직한 역사의 섬이다. 동도와 서도, 고도 등 3개의 섬이 내항을 아늑하게 감싸 천혜의 항구를 이룬다. 영국군이 러시아의 남진을 막고자 해밀턴항이라 이름 짓고 1885년부터 2년간 불법 점령했던 이유가 여기 있다.

이 섬의 수월산 벼랑을 따라 거문도 등대까지 이어지는 1.2㎞ 산책로가 바로 환상의 동백터널이다. 빼곡하게 찬 동백나무가 하늘을 가린 채 붉게 타오른다. 떨어져도 아름다운 동백꽃. 바닥에 붉은 동백 카펫이 깔린다.

오동도는 남해안 제일의 동백섬을 자부하는 곳이다. 토끼 모양의 아담한 이 섬은 700여m의 방파제로 육지와 이어졌다. 섬을 덮은 2,600여 그루의 동백이 10월말부터 4월까지 꽃을 피운다.

돌산도 남쪽 끝에는 남해안 제일의 일출명소 향일암이 있다. 우리나라 4대 관음 기도처 가운데 하나다. 돌산도 서편 금봉리 앞바다는 오밀조밀한 여수 바다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 바다 가득 들어찬 나무로 엮은 굴 양식대가 조그마한 섬들과 어울려 훌륭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주변은 이 굴을 바로 구워먹는 가게들로 즐비하다.

드넓은 갈대밭이 아름다운 순천만의 풍경은 저녁 노을로 완성된다. 일몰 풍경은 갯벌 동쪽의 해룡면 농주리 언덕이나 와온리가 포인트다. 갈대밭 사이 목재데크를 따라 가 용머리산에 올라보면 순천만 풍경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갯벌 사이로 S자로 휘어진 물길이 열리고, 칠면초와 어우러진 갈대군락이 뻘 위에 도드라지게 둥근 무늬를 수놓는다. 그곳에 붉은 노을이 함께 물든다.

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서해안에서 일몰과 일출을 한번에

서해에서 일출을 본다고? 섬이 아닌 육지에서, 그것도 바닷물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맞는 말이다. 리아스식 해안으로 땅이 비죽 튀어나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서해에서 일출과 일몰이 가능한 곳은 충남 당진의 왜목마을과 충남 서천의 마량포구, 전남 무안의 도리포 3곳이다.

왜목마을은 지형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수평선 위로 뜨는 일출과 함께 일몰을 볼 수 있다. 석문산 정상에 오르면 장고항 용무치와 국화도 사이에서 뜨는 아침 해를 볼 수 있다. 묵은 해는 대난지도와 소난지도 사이로 사라진다.

봄엔 주꾸미, 가을엔 전어로 유명한 마량포구는 또한 장관을 이루는 동백정의 일몰로도 이름을 날린다. 동백정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백나무 숲이 있다. 일출은 포구에서 가능하다.

도리포는 닭벼슬처럼 튀어나간 해제반도의 북쪽 끄트머리에 있다. 동쪽에 드넓은 함평만을 끼고 있어 바다에서 떠오른 태양을 만날 수 있다.

이성원기자

■ '낙조대'라고 이름 붙은 곳엔 특별한 게 있다

서해안 웬만한 곳에선 낙조를 볼 수 있다. 모두 훌륭한 석양을 갖고 있는 포인트들이다. 그런데 유독 낙조대란 이름을 갖고 있는 곳들이 있다. 얼마나 훌륭한 해넘이를 볼 수 있는 곳들이길래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이름값을 얼마나 하고 있는 곳인지 전국의 낙조대들을 모아봤다. 이들 낙조대의 대부분은 바닷가가 아닌 산꼭대기나 산능선에 있다. 낙조도 높은 곳에서 봐야 더 장엄한 풍경인가 보다. 단 산에서 일몰을 감상하고 나면 캄캄한 밤에 산길을 타고 내려와야 하는 부담이 있다. 랜턴은 기본이고 산길에 대한 꼼꼼한 숙지가 필요하다.

부안 내변산 낙조대

바다로 뭉툭 튀어나온 변산반도만큼 일몰 풍경이 아름다운 곳도 없을 것이다. 채석강 기암절벽 옆으로 떨어지는 햇덩이도 감동적이고, 적벽강 해벽을 더욱 빨갛게 달아오르게 하는 석양도 눈물을 머금게 한다. 고사포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작은 섬 위로 떨어지는 낙조도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새겨질 것이다. 하지만 변산의 낙조대는 산꼭대기에 올라가 있다. 내변산 산자락 깊숙이 숨어있는 월명암 옆에 낙조대가 있다. 월명암은 신라 신문왕(692년) 때 창건된 고찰이다. 그 암자 옆 낙조대에 서면 내변산 산자락과 외변산의 호쾌한 바다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산너울 너머 새만금방조제로 연결된 고군산군도와 위도의 전경까지 가슴에 담는 낙조다.

고창 선운산 낙조대

변산에서 곰소만 건너편 산자락이 고창군 선운산이다. 고 서정주 시인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 선운사를 품에 안고 있는 산이다.

선운산 산행코스의 백미는 선운사에서 시작해 가을이면 꽃무릇 붉게 피어나는 도솔계곡을 따라 올라 진흥굴, 도솔암 마애불 등을 찍고 낙조대와 천마봉을 거쳐 도솔암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주차장에서 천마봉까지는 2시간쯤 걸린다. 진흥굴은 신라 진흥왕이 왕위를 버리고 수행했다는 커다란 굴이고, 높이 15m 되는 도솔암 마애불은 동학 운동의 중요한 시발점이 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마애불을 지나 용문굴을 통과하면 낙조대가 나온다. 해발 335m밖에 안되지만 칠산바다 곰소만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서해로 떨어지는 장엄한 햇덩이를 만날 수 있다. 선운사 동백은 아직 피지 않았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낙조대에서 바라 보이는 풍경은 동백보다 붉게, 육자배기 소리 보다 짙게 타오른다.

목포 유달산 낙조대

노령산맥이 뻗어내려 마지막에 멈춘 곳이 목포의 유달산이다. 해발 228m로 그리 높지 않지만 이 산에 대한 목포사람들의 애정은 태산보다 크다. 산은 기암절벽의 온갖 조형미를 뽐낸다. 유달산의 낙조대는 신안비치호텔 뒤편에서 바로 앞 바다에 길게 누운 고하도를 바라보고 있다. 목포 시민들은 유달산 낙조대에서의 석양을 “감동적인 무성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한다. 붉게 번지는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삼학도 고하도 등 아름다운 목포 섬들의 검은 실루엣이 장관이다.

대둔산 낙조대

대둔산의 태고사 코스로 오른다. 낙조대는 케이블카가 있는 완주 쪽보다는 조금 덜 힘들게 올라갈 수 있다.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해 40분 정도 지나면 삼거리를 만난다. 여기서 오른쪽 길을 따라 10분 가량 가면 낙조대다. 낙조대에선 동쪽 대둔산 정상을 제외하고는 삼면이 발 아래다. 대전, 군산 등 대도시의 위용이 눈에 들어온다. 내륙 한가운데 있는 산의 꼭대기지만 이곳에선 서해로 떨어지는 낙조를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강화 고려산 적석사에 낙조대가 있고, 다도해 섬들로 떨어지는 태양을 바라보는 진도 세방리에도 낙조대가 있다.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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