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작업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대해 양해각서(MOU)해지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거부를 동시 추진키로 함에 따라, 현대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게 됐다. 그렇다고 당장 예비협상자인 현대차그룹과 협상에 임하기도 어려운 형편이어서, 현대건설 매각은 지루한 법정 공방 속에 장기표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5일 현대그룹이 낸 2차 대출확인서에 대해 "수용 불가"판정을 내린 채권단은 주저함 없이 속전속결로 해지절차를 밟고 있다. 16일 외환은행,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등 3대 채권금융기관이 비공식모임을 통해 MOU해지 및 SPA체결거부 동의안 상정방침을 정한 데 이어 17일에는 주주협의회에서 이를 정식 상정할 예정이다. 그리고 22일까지 의견을 취합해 최종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주주협의회는 외환은행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8개 금융기관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3대 채권금융기관의 의결권 비율이 68.84%에 달해, 부결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채권단은 이 같은 속도감 있는 진행에 대해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에 나티시스 은행 예치액 1조2,000억원의 출처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두 차례나 줬음에도 불구, 원하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만큼 더 시간을 끌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이미 MOU해지에 대비,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낸 상태. 이를 둘러싼 법정공방은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법원이 현대그룹 손을 들어둬 MOU가 유효하게 되더라도, 채권단은 SPA 체결거부를 통해 더 이상 협상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어떤 경우든, 현대그룹과의 딜은 이것으로 종료하겠다는 얘기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이대로는 현대그룹과 매각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현대그룹과 매매협상을 종료하는 것이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는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물론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이 같은 조치에 반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법적으로 깨끗해지기 전까지는 예비협상대상자(현대차)와 협상하기도 힘든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대건설 매각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가고, 장기 중단국면으로 접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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