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제51회 한국 출판문화상/ 어린이ㆍ청소년 부문 수상작 '울기엔 좀 애매한' 최규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제51회 한국 출판문화상/ 어린이ㆍ청소년 부문 수상작 '울기엔 좀 애매한' 최규석

입력
2010.12.16 12:12
0 0

최규석(33)씨에게 수상 소식을 알려주자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첫 마디는 "만화에도 상을 주나요? 와… 신기하네요"였다. 그의 반응처럼 청소년 만화 <울기엔 좀 애매한> 이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하게 된 건 이례적인 결과다. 그간 만화가 본심에 오른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 최근까지도 학교에서 '압수 물품 1호'였던 만화책이 반세기 넘는 역사의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것이다.

만화를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진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작가 소개가 밝히고 있듯 '만화 안 내는 출판사에서 만화를 내는 뭔가 애매한 만화가'인 최씨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사회적 약자의 삶을 블랙코미디로 그린 첫 단행본 <공룡 둘리에 대한 오마주> , 대한민국 60년 민중사를 관통하는 <대한민국 원주민> , 6ㆍ10민주항쟁을 다룬 <100도씨> 등 그의 작품에는 늘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겨 있다. 그는 그 가운데서도 웃음을 놓치지 않는다. "인간과 사회로부터 분리된 이야기는 없다"는 그는 "슬픔을 슬프게 표현하는 것만큼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울기엔 좀 애매한> 도 그의 전작들과 궤를 같이 한다. 한 입시미술학원을 배경으로 우리 청소년들의 우울한 현실을 그린 이 만화는 자학개그와 독설로 포장, 씁쓸한 웃음을 남긴다.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내에 있는 그의 작업실, 12평 공간에 5명의 작가가 살아가는 그곳에는 만화책보다 시사잡지와 교양서가 더 많았다. <직선들의 대한민국> <후불제 민주주의> 부터 <대한민국 10대를 인터뷰하다> 와 청소년소설 <성인식> 등 우리사회의 10대들을 다룬 책들이 눈에 띄었다. 수상작이 태어난 공간이 분명했다.

최씨가 이 작품을 구상한 건 6년 전. 그는 "입시미술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한 학생에게서 '돈도 재능이야'라는 말을 들었다"며 "그때부터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을 언젠가 작품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캐릭터의 외모와 성격은 당사자들이 보면 금방 알아차릴 정도로 비슷해요. 남의 포트폴리오로 대학에 합격한다는 이야기는 실제 입시 미술학원가에서 있던 일이죠."

그는 당시 학생들과의 인터뷰와 기억에 의존해 올해 초 작업을 시작했다. 단편을 기획했지만 장편으로 완성했다. 종전에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수채화 채색은 큰 부담이었다.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작품이지만 아쉬움이 많았어요. 섬세한 스케치를 위해 부드러운 종이를 썼는데, 채색은 사실 거친 종이가 더 낫거든요. 전용 프린터를 샀으면 여러 번 채색해볼 수 있었겠지만 비싸기도 했고…."

상금을 어디에 쓸지 묻자 그는 "생활비"라고 답했다. 올해는 일러스트 아르바이트 외에는 변변한 수입이 없었기 때문이란다. "이 참에 프린터도 하나 사야겠다"며 그는 웃었다. "가끔 '만화는 최규석씨 것만 봅니다'라는 독자를 만나요. 고맙지만, 아직도 만화가 소외된 장르라는 걸 체감하죠. 만화 자체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때가 왔으면 합니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 심사평

1종만 뽑으려니 괴로웠다. 어린이책과 청소년책으로 나누면 하나라도 더 상을 줄 수 있을 텐데….

글 한 줄 없는 그림책 <그림자 놀이> 는 어린이들이 무척 좋아할 책이다. 책이 접히는 가운데 부분을 기준으로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독특한 구성과 뛰어난 그림이 과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그림책 작가의 작품답다.

또다른 그림책 <할아버지의 시계> 는 우리네 지난 날의 이야기다. 종갓집 대청마루를 주무대로 대문 밖 금줄, 반짇고리 속 골무랑 실패랑 바늘쌈지, 두루마기에 갓 쓴 노인, 구식 전화기, 낡은 괘종시계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물과 장면들에 한국인의 삶과 세월을 새겨놓았다. 서까래의 나이테, 얼굴의 주름살까지 한국인의 삶과 세월을 단색 볼펜 드로잉으로만 묘사한 그림작가의 공력이 감탄스럽다.

수상작으로 뽑은 <울기엔 좀 애매한> 은 오늘을 사는 한국 청소년들의 음울한 현실을 리얼하게 쓰고 그린, 그것도 전달 형식이 좀 엉뚱한 '만화'라는 데 의미가 크다. 작품 말미에 붙인 작업노트를 보면 글쓰기는 글쓰기대로, 그림은 그림대로 작가가 얼마나 고심하고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수채화작업 과정을 보면서는 또 하나의 '작품'을 읽는 듯했다.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며, 끝으로 1318문고로 우리나라 청소년문학 발전에 큰 획을 그은 출판사가 새로 기획한 '1318 만화가 열전'의 무궁한 발전을 빈다.

강정규ㆍ동화작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