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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거꾸로 가는 저출산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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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거꾸로 가는 저출산대책

입력
2010.12.1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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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시간에 쫓길 때면 세월이 거꾸로 가면 좋겠다는 맹랑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12월이면 거꾸로 가는 것이 있다. 정부여당의 예산안 처리와 저출산대책이 그렇다. 여당이 새해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 의회민주주의를 역류시키는 모습을 반복하여 지켜봐야 하는 우리 자신이 부끄럽다.

출산ㆍ양육 지원예산 삭감

세계 최악의 저출산사회에서 소중한 아기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책정된 필수 예방접종 비용마저 4대강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 강물이 역류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세월의 역류를 기대하는 것보다 더 허무한 바람이리라. 정부가 약속한'서민희망 예산'과 '출산희망 예산'은 어디로 갔는가. 그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일상의 고통을 감내해 왔던 서민의 연말은 더 춥고 쓸쓸하다.

지난 해 12월 정부는 경제위기에 내놓았던 한시 생계보호, 보육시설, 산모 도우미, 긴급복지 예산을 삭감했다. 올해는 생계급여 예산마저 삭감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410만 명을 애써 외면했다. 빈곤아동이 100만 명으로 늘고 있는데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도 전액 삭감했다. 장애아동 무상보육지원금은 물론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영ㆍ유아 양육수당 예산도 삭감했다.

특히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영ㆍ유아 예방접종비용 지원은 전면 백지가 되었고, A형간염 백신지원금, 산후도우미 예산도 삭감되었다. 출산모를 위한 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는 이미 11월부터 예산 부족으로 중단되었다. 겨우 마련된 소극적 대책마저 이행하지 못하는 정부를 누가 믿고 자녀를 낳을 수 있는가?

필자는 27년 전 크리스마스를 1주일 앞두고 영국에서 큰 아이를 출산했다. 공부하는 가난한 부부였던 우리는 체류기간이 6개월 이내였는데도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의사를 선택하여 무료 산전관리를 받았다. 의사와의 만남은 월 1회에서 출산이 가까워질수록 주 1회로 늘어났다. 옆집 아저씨 같은 주치의는 출산을 1개월 앞두고 가까운 병원 4곳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권한도 주었다. 병원을 정하고 담당의사를 미리 만나 4차례 산전 검진을 받고 편안한 마음으로 순산했다. 이 모든 것이 영국에서 출산하는 산모와 아기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퇴원 4주일 만에 집으로 찾아 온 가정방문 보건사의 역할이다. 아기가 누워있는 방의 온도 습도 조명을 체크하고 무료예방접종의 내용을 월별로 설명해 주었다. 부모가 보건의료기관을 선택하면, 아이의 발달 단계별 지역사회 모자보건서비스로 연계된다. 부부가 합의하여 결정한 피임도구는 물론, 산모의 산후 치과 및 안과 진료마저 무료로 지원된다. 영화 가 소개한 영국 국민의료제도는 모자보건사업의 산전ㆍ 산후관리가 저출산 대책과 어떻게 맞물려 가야 하는지 보여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아기가 돌이 될 때까지 필요한 예방접종비가 100만원이 넘는다. 산후 조리원의 2주 비용은 200만원이 넘는다. 그 결과, 출산의지가 동결되어 임신할 수 있는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는 평균 1.15명이다. 2003년 '1.17 쇼크' 이후 뒤늦은 대책들이 쏟아졌지만, 매년 역행하는 예산으로 인해 오히려 세계 최고 속도의 저출산사회가 되었다.

출산의지 얼어붙지 않도록

이제 정부는 무엇보다 신생아와 산모의 산전ㆍ산후 건강관리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출산을 주저하는 여성은 신생아의 건강관리와 산모 자신의 산후관리, 그리고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에 대한 정부의 믿을만한 재정지원이 있다면 자녀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의 희망자녀 수는 1976년 2.8명에서 2006년 2.3명으로 30년 동안 거의 멈추어 있다. 이런 희망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예산을 확보하여 사회적 투자를 한다면 동결된 출산의지가 녹을 수 있다. 한 겨울 동파를 예방하려면 수도꼭지를 알맞게 열어 놓아야 한다. 정부는 과연 출산의지의 동파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이혜원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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