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도 그랬지만, 제51회 한국출판문화상 본심 심사위원들은 괴로웠다고 했다. 부문별로 단 한 종을 선정하기 위해, 좋은 책들을 놓고 탈락시킬 구실을 찾기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14일 한국일보에서 열린 본심은 4시간 가까이 걸렸다. 심사위원들이 각자 추려온 책들로 토론을 하는 과정은 원만하게 진행됐지만, 번역 부문에서는 격론이 있었다. 사회과학 고전 번역서 2종, 마르크스의 과 막스 베버의 을 두고, 심사위원들은 ‘번역자의 개입’은 어디까지가 적당한가에 대해 한참 의견을 주고 받았다. “지나치게 상세한 역주가 오히려 독자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비판과 “충실한 역주 덕분에 더욱 가치가 있다”는 옹호가 나란히 나왔다. 정본이 될 만한 번역서라는 공통된 평가와 함께“우람한 번역”(), “역자 해제를 읽고 감동했다”()는 등 상찬이 있었으나 이 두 권은 결국 아깝게 수상 기회를 놓쳤다.
또다른 번역서인 와 도 대가의 저술인 원저의 가치와 이를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해 어쩌면 원저보다 더 훌륭한 번역서를 내놓은 역자들의 노고 면에서 상찬을 받았다.
저술(학술) 부문에 오른 한국전쟁 관련 2종, 과 은 시의성 면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올해가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인데도 이를 재조명하는 학계의 노력이 소홀했다고 질타하면서, 이 두 권을 학계의 게으름에 맹성을 촉구할 올해의 성과작으로 꼽았다.
저술(교양)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도 우리 사회의 현 쟁점인 좌우 갈등을 점검하는 시의성 있는 노작이라는 점에서, 지금 꼭 나와야 할 책이 나왔다는 평을 받았다.
시대의 거울로서 출판을 돌아보게 하는 이런 기준과 더불어 지성의 뿌리이자 열매로서 책의 무게도 심사에 중요한 잣대가 됐다. 올해 번역 부문에는 수상작인 를 비롯해 묵직한 고전의 원전 완역이 여러 종 본심에 올라와, 외국 것을 제대로 소화할 만큼 우리 출판문화의 역량이 성숙했음을 입증했다.
편집 부문에서 심사위원들은 고심 끝에 과 을 공동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은 돌베개 출판사가 냈다. 저술(학술) 부문 수상작 도 이 출판사의 것이다. 돌베개는 한꺼번에 2종의 수상작을 내는 경사를 안았다.
본심 심사위원인 박홍규 영남대 교수는 “책은 그 자체로 감동”이라며 “최근 타계한 리영희 선생의 1974년 작 처럼 젊은이들에게 거대한 충격을 주는 책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소망도 같을 것이다.
출판 유공자에게 주는 백상특별상은 출판 관련 단체와 기관에서 추천받은 후보들 가운데 본심 심사위원들이 선정했다. 북디자이너 정병규씨를 선정하는 데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그는 한국 출판디자인의 개척자이자 대명사이면서도 상복이 거의 없었다고 하는데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으로 그간의 공로에 보답받게 됐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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