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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회서 발 묶인 구제역 예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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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회서 발 묶인 구제역 예방법

입력
2010.12.1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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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창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구제역이 번지면서 축산 농가와 방역 당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농가는 자식처럼 키운 소나 돼지를 17만 마리 넘게 땅에 묻었고, 농림수산식품부와 일선 지방자치단체 관련자도 엄동설한에 여론 질타까지 받아가며 방역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가축 질병 방역의 제1원칙은 '신속한 살처분'이며, 사상 최대의 피해가 예상되지만 이번에도 우리나라는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바이러스에 굴복해 이웃 나라인 중국과 동남아가 '구제역 상시 발생국'으로 전락한 것과 달리, 우리는 군과 민간인력을 효과적으로 동원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방역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 사태는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책임 소재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올 1월(경기 포천)과 4월(인천 강화)에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해외여행을 다녀온 농장주를 통해 유입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6월 국회에 제출했다.

농장주가 해외여행 신고를 하지 않거나 공항에서 소독을 제대로 받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전문가들은 당시 "이것만 제대로 되면 구제역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그런데 그 법안이 6개월째 국회에서 잠을 자는 사이 또다시 구제역이 터졌고, 이번에도 해외여행을 다녀온 농장주를 통해 바이러스가 퍼진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관련 농가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애꿎은 가축이 17만 마리나 희생된 사태의 책임은 국회의원이 져야 한다. 관련 의원들은 "법안이 제출된 6월에 국회 상임위 구성이 바뀌었고 이후에도 예산결산, 국정감사, 예산심의 등으로 바빴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한발 더 나아가 축산 농가의 피해 보상과 방역에 들어가는 비용이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걸 감안한다면, 결국 최대 피해자는 일반 국민이 된다. 아무리 따져봐도 이번에도 국회의원이 욕을 먹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정민승 경제부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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